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빚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정부가 서둘러 '개인회생제도'를 내용으로 한 도산법 초안을 마련했다. 내용인즉 봉급생활자나 소규모 자영업자가 5년간 최선을 다해 빚을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받을 수 있는 회생시스템을 내년부터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법초안대로라면 개인파산 위험을 맞은 당사자들이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파산선고를 면할 수 있어 환영할 만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마련한 초안의 내용에는 의문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과연 개인이나 소규모 자영업자가 빚을 갚는다면 얼마만큼의 부채를 어느정도 갚아야 나머지 빚을 탕감해준다는 것인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단지 5년간 빚을 '성실히' 갚는다면 나머지 부채를 탕감해준다고 함으로써 가계빚에 시달리는 개인들에게 장밋빛 환상을 심어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칫 정부가 빚을 지고 있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채권자인 은행 등 금융권과는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부채를 진 개인이나 소규모 자영업자와 은행의 첨예한 이해관계는 어떤 식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점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단지 앞으로 공청회, 입법예고, 국무회의 등을 거치면서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겠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법 공개에 뭔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빚 문제가 '12월 대선' 등 정치일정에 쫓겨 다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정부가 개인회생제도를 내용으로 한 도산법 성안을 어떤식으로 매듭지을 지 두고볼 일이다.
이상곤(정치2부)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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