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숙자 땜질처방 언제까지

IMF사태가 발생한 지 5년이 됐지만 노숙자 대책은 여전히 임시 구호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문제가 이제 장기적 사회 문제로 구조화된 만큼 장애인·영세민 등과 같이 보다 체계적인 대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997년부터 대구역·지하도 등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이모(51)씨 경우 최근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동료 노숙자에 의해 '대구쪽방상담소'로 옮겨진 뒤 한 대학병원에서 기흉 판정을 받았지만 돈 문제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분이 불확실하다며 10만원의 입원 보증금을 요구받았고, 1종 의료급여 대상자이지만 추가 본인부담도 적잖았다는 것.

대구쪽방상담소 허영철(33) 상담실장은 "의료보호가 적용되지 않는 항목이 많아 1종 의료급여 대상자라도 적잖은 본인부담금을 내야 해 만성·중증 질환 노숙자의 장기 입원이나 수술은 생각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했다. 노숙자 중에는 만성·중증 질환자가 많아 상황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구시내에는 5개 '노숙자 쉼터'에 등록된 200여명, 거리 유랑자 110여명, 쪽방에 사는 잠재적 인원 등 1천여명의 노숙자가 있다. 그러나 쉼터에는 올해 합계 운영비 2억9천여만원, 재활 사업비 7천여만원, 의료비 1억800여만원이 지원되는데 그쳤다. 대구시청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전에는 지원금 중 85%를 중앙정부가 부담했으나 올해부터는 70%로 그 비율이 줄어 시청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숙자 쉼터 관계자들은 노숙자가 이제 장기화·구조화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 역시 사회보장의 한 대상 분야로 인정, 임시 구호가 아닌 장기 대책 차원에서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MF 당시 정부는 경제 상황이 회복되면 숫자가 감소할 것이라 생각하고 노숙자 대책을 주로 수용 중심의 임시 구호에 집중했으며 4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것.

또 전국 실직노숙자 대책 종교시민단체 협의회 조현자(45·여) 회장은 "노숙자 쉼터를 자활·치료·재활의 장으로 전문화하는 등 정부의 보다 계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노숙자상담센터 현시웅(33) 소장은 "거리 노숙자들에 대해서도 사회복귀 지원을 목표로 해 전문화된 쉼터로 입소토록 유도한 뒤 의료지원, 심리재활, 자활 등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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