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달마라는 겁니다. 저건 국보라는 종류고요. 또 저기 저건 우리 학교에서 만든 동양제일이란 품종입니다. 꽃 좀 보세요. 애들 얼굴만 하죠".제5회 동양국화대전 만개식이 열린 지난 1일 오후 동양대(경북 영주시 풍기읍 교촌동) 국화전시장.
해발 1천m가 훌쩍 넘는 비로봉.연화봉.도솔봉 등 소백산맥의 고산준령에서 내려꽂히는 북서풍이 꽤나 매섭다. 달리 '풍기'가 아니라 바람이 하도 많이 불어 '風基'라는 우스갯소리가 피부에 와 닿는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국화 설명에 분주한 사람은 시스템화학생명공학과 고승태(46) 교수. 웬 공대 교수와 국화! 자신의 전공을 '꽃 화(花), 화공과'라고 소개하는 그는 조금은 '별난 교수님'. 12년에 걸친 일본 유학.직장생활 동안 전문가 경지에 오른 국화재배기술로 원예동아리 '동양원'의 지도교수를 맡고 있는가하면 경북 북부지역 토종견 '불개'의 원형을 찾아 온 시골마을을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취미생활(?)뿐 아니다. 학생지도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정성이다. 지난 97년엔 부임하자마자 제자들에게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이겠다며 삭발, 화제가 됐고 기숙사에서 '새벽 일본어 특강'을 무료로 해왔다.
막상 가르치려고 하니 마땅한 교재가 없어 일본어 회화교재도 펴냈다는 그는 일본어학과가 없는 이 대학에서 4년째 일본어 연극도 지도하고 있다.
학생.학부모들에게 일일이 교내 행사와 학업성취도를 알려주는 편지 쓰기도 그에겐 일상생활의 하나. 결석을 자주 하는 학생들은 1년에 10통이 넘는 편지를 받기도 한다. 그래선지 고 교수에게는 명절마다 참기름.쌀 등 학부모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보내온 선물이 쏟아진다.
"재작년 8월 교학처장을 맡은 뒤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교수는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니까요. 학생들이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이끌려면 4년도 긴 시간이 아닙니다".
고 교수의 이런 극성(?)은 '공부하는 대학', '새로운 대학문화 정립' 등 동양의 MIT공대를 목표로 학교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이념과도 일치한다. 9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이 학교의 대표적 인성교육 강좌인 '사회봉사와 예절'은 다른 대학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도다. 1학년 입학때부터 학생들의 생활과 예절을 점수로 평가, 일정한 점수를 받지 못하면 졸업을 시키지 않는 것.
신입생 MT도 남다르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대신 학생들로 하여금 '대학에 진학하게 된 이유' '대학생활 동안 해야 할 일' 등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게 한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가을축제도 인기가수 초청공연.체육대회 대신 세미나.연구발표.초청특강.외국어웅변대회 등으로 빡빡하게 꾸며진다.
"학생들이 국화를 키우면서 인내와 협동심을 배우게 됐다고 합니다. 일본어연극을 준비한 학생들은 자신감이 붙었다고 자랑들입니다. '한 송이의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는 시에서만이 아닙니다. 스스로 준비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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