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火葬과 '미라'

중국경제의 오늘을 있게 한 사람, 덩샤오핑(鄧小平)은 미수(米壽 ·88세)를 넘겨 미수(眉壽)까지, 즉 눈썹이 허옇게 세도록 장수했다.그 권력자가 94세로 죽기전 가족에게 물었다. "내 골회(骨灰)를 집뜰 과일나무 밑에 묻으면 어떠냐" "그러면 그 과일 누가 먹습니까?" 그래서 덩은 이렇게 유언했다.

"각막은 기증하고 남은 것은 해부용으로 쓴뒤 화장해서 대해에 뿌려라".그래서 그는 12억 중국인의 애도속에 대륙의 남쪽바다에 뿌려졌다. 3년전 장개협(장묘문화개혁협의회)이 국회의원 전원·광역단체장등 이땅의 유명인사 1천여명에게 화장유언 서약서를 보냈더니 답장은 단 한명도 없었다.

▲17대 총선에선 후보들에게 화장서약서를 요구해보면? 이회창·노무현·정몽준 등 대선후보들에게 공약으로 내걸게 하면 짓궂은 생각일까? 최근 정부가 20~60대 1천명에게 장묘생각을 물었더니 69%가 화장을 희망했다.

특히 중상위 소득계층의 화장희망이 과거 40%선에서 60%선으로 올라갔다. 대구시의 경우를 봐도,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대구시 장의관리소의 '대구시민 화장률'이 91년 22.7%에서 10년후인 지금 41%로 높아졌다. 요즘 하루평균 화장건수는 24명으로 풀(27명)에 가깝다고 한다. '악상(惡喪)=화장'이라던생각의 개혁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나 이 개혁도 몇가지 걸림돌이 있다. 화장후의 처리방법 1순위가 가족납골당(20%), 2순위가 뿌리기(13%내외)였는데,유족들이 "뿌리고 싶다"고 할 경우 어디서 어떻게 뿌려야할지, 법에 저촉은 안되는지 아무런 규정이 없는게 현실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그냥 알아서 하라는 것인가? 화장을 장려하면서 나타난 '납골'의 빈부현상도 문제점이다. 싸게는 수십만원이지만 비싼 경우, 어느 사찰의 부도(浮屠)식 납골은 600만원도 넘는다고 한다. 호화분묘가 말썽이더니 호화 납골도 눈총이다.

▲문정왕후의 친정, 경기도 파주의 파평 윤씨 묘역에서 문정왕후의 종손녀로 보이는 20대 임신부와 그 뱃속의 태아가 '미라'인채로 발굴돼 화제에 올랐다. 출산도중 자궁파열로 숨진 이 436년전의 임신부의 죽음에 대한 호기심도 직업따라 다르다.

제왕절개술이 그때에 있었더라면하는 사람, 금실로 수놓은 화려한 옷치장에 매혹된 사람 등등 생각은 따로일 터이지만 혹시나 이런 발굴들이 화장(火葬)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하는 쪽도 분명히 있다. 여론조사에서 69%가 본인화장을 희망했지만, 정작 "부모사망땐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엔54%가 매장을 원했다. '자식된 도리'때문이라는 이 윤리적 갈등에 436년전의 이 여성이 어떤 해답을 줄까?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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