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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교과서 물려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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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국어 산수 사회 자연 음악 미술. 초등학교 시절 매 학기마다 지니고 다니며 공부하던 교과서 이름이다. 온 세상을 다 담은 것처럼 보였던 책이지만 오랜세월이 지나 전시실에서 다시 만나니 바랜 색만큼이나 볼품없이 초라하다.

오늘날의 초등학교 교과서는 우선 판형을 키워 보기에도 시원시원하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글꼴, 이해를 돕기 위한 삽화나 만화 등 컬러풀한 편집으로 책을 드는 순간 보고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인쇄 상태나 지질 등 모든 면에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국어는 말하기·듣기, 쓰기, 읽기로 산수는 수학과 수학익힘책 등으로 한 과목이 두세 영역의 책으로 제작되고 있다. 한 학기에 공급되는 교과서는 1학년 때 9권 3학년에 올라오면 16권에 이른다.

이 많은 교과서들이 초등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지급된다. 서울을 제외하고 도서생산 1위가 충청남도란 통계에 의아해했던 사람들은 대한교과서주식회사의 생산 공장 가운데 하나가 조치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 의문을 쉽게 푼다.

얼마전 미국의 교과서를 살펴본 적이 있다. 책표지 안쪽에는 연도별로 사용자가 서명을 하여 수년 동안 후배들에게 물려가고 있었다. 나보다 뒤에 사용할 후배를 위하여 책을 깨끗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종이의 재료가 되는 펄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만들어진 교과서를 한 학기 동안만 사용하고 버리기에는 자원의 낭비가 너무 심하다.

교과서를 개발할 때 소모성향의 책과 참고로 활용해야 할 영역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고 본다. 후자의 경우는 수년 동안 사용해도 좋을 만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참고용 도서나 매일 집에 가지고 다니면서 복습해야 할 필요가 없는 책을 사물함에 보관한다면 책의 수명을 늘리고 학생들의 가방 무게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책을 물려주는 제도나 풍습은 이처럼 학생들에게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생활습관은 물론 남을 배려하는 생활자세까지 길러주어 교육적 효과가 생각보다 크다 하겠다.

도서출판 북랜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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