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미술관 건립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시대에 뒤처진 기존 계획안을 즉각 폐기하고, 보다 경량화되고 개방적인 미술관을 요구하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모한 대구시의 건설계획
대구시는 과연 합당한 방법으로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가.지난 97년부터 끌어온 시립미술관 건립계획은 설계만 끝내놓고 부지확보, 착공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당장 2일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대구시가 '조해녕 시장의 의지'라며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킨 시립미술관 부지 측량비10억원이 시의회에 의해 부결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시재정의 어려움'이었지만 실제로는 문화인프라가 수성구(내환동 월드컵경기장 뒤편)에집중되는 것에 대한 시의원들의 거부감 때문.
사실 현 입지의 적정성 여부는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왔지만 행정적 논리에 밀려 무시됐다. 월드컵 경기장 뒤편 산 밑 외곽에 미술관을 지어봤자 활용도와 접근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구시는 미술관을 대구시 장기발전계획의 일환으로 활용하려는 인상이다. 유환우 대구시문화예술과장은 "얼마전에도 부지이전을 검토했지만, 그만한 부지(2만1천평)를 찾을 수 없었다"면서 "향후 그 일대에 340만평 규모의 대구대공원이 조성되면 미술관은 체육·놀이시설 등과 함께 전국적인명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예산문제를 고려하면 더욱 난감해진다. 777억원(국비 200억원 포함)의 예산을 들여 2008년(당초 2003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라지만 그것마저쉽지않은 여건이다. 더욱이 공사장 진입도로까지 추가로 확보(125억~400억원 추정)해야 하는 만큼 산넘어 산인 셈이다. 어쨌든 조해녕 시장은 공사석에서계획대로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당장 검토해야 할 선진형 미술관
덩그렇게 미술관(대구시 계획대로 된다면)만 지어놓고 무엇을 할 것인가. 그속에 들어갈 전시물이 없고, 향후 작품구입비를 확보할 가능성도없는 상황이다.
이원희(계명대 서양화과) 교수는 "본말이 뒤바뀌었다. 대구에 전시공간이 없어 미술관을 만드는 게 아니다"면서 "소장품 없는 미술관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현대 미술관의 가장 큰 기능은 누구나 짬을 내 드나들면서 미술의 틀안에서 음악과 패션, 오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민 휴식처' 역할이다.
최근 파리와 베를린, 뉴욕 등에서는 철저하게 개방형, 경량형 미술관을 추구하고 있다. 위엄 있는 큼직한 건물과 잡다한 전시물로는 시민들의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반성의 토대에서 비롯된 경향이다.
결국 시내 중심가에 폐교, 공장부지, 창고, 시유지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최선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현재보다 절반 정도의 예산과 유지비로도 얼마든지 시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다.
이태 시공갤러리 대표는 "미술관은 현대인의 생활과 접목될 때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실패한 미술관으로 불리는 과천 부산 대전 같은 건물중심의 시립미술관을 지어봤자 언제나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과 사회지도층 등의 고정관념과 마인드 변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이제 문제의 초점은 업적중심의 행정논리에 맞출 것인지, 시민중심의 효율성에 맞출 것인지에 달려 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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