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영변 핵시설 봉인해제 파장

북한이 21일 영변 핵시설 일부에 대한 일방적인 봉인해제 및 감시장비 작동 불능조치에 착수함에 따라 북핵사태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미 북한이 일방적인 동결해제 조치에 착수할 경우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뜻을 천명해 놓고 있어 북핵사태는 유엔 안보리회부, 대북제재 등의 수순을 밟으며 본격적인 대치국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한.미.일 3국도 북한의 '금지선'(red line)에 근접한 이번 조치에 대응, 대북 경수로 공사중단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어 지난 93, 94년과 같은 최악의 한반도 핵위기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에 착수한 것은 과거 재미를 보았던 '벼랑 끝 전술'을 이번 사태에도 다시 이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사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미리 예상됐던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동결 해제를 선언한 뒤 같은날 IAEA에 감시카메라 제거 및 핵동결 봉인 해제조치를 요구하며 그같은 조치가 없을 경우 일방적으로 해제조치에 착수할 것임을 분명히 해 왔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 일본 등도 북한이 이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비해 왔으며, 앞으로 3국은 북핵사태에 대한 외교적 설득노력을 계속하면서 북한의 실질적인 조치 착수에 따른 대응책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3국의 첫 대북대응 조치는 대북 중유공급 중단에 이은 경수로 공사의 중단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아직 최종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에 대한 검토는 이뤄지고 있다"고 경수로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경우 북한은 핵무기급 플루토늄의 즉시 추출이 가능한 영변의 폐연료봉 봉인해제 조치까지 하고 나서며 핵위기를 최고조로 몰고 갈 수 있고,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5MW 실험용 원자로 1곳에 대해서만 봉인해제 및 감시카메라 작동불능 조치를 취하고 나머지 시설에 대한 봉인을 유지한 것은 북한 또한 급격한 위기고조는 피하자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말해준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앞으로 단계적인 핵동결 해제 조치를 통해 자신들의 위협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는 동시에 시간을 벌면서 대미 협상 압박을 높여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북한은 21일 노동신문 논설을 통해 "핵동결 해제 조치는 미국이 떠들어대는 핵개발 계획과는 아무런 인연(관련)이 없다"면서 "자체의 힘과 기술로 자립적인 핵시설을 건설하려는 것은 나라의 동력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일단 북한이 5MW 원자로 봉인해제 조치에 착수했지만 실질적으로 원자로가 재가동되기까지에는 대략 1, 2개월의 시간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북핵사태는 앞으로 남은 1, 2개월 사이의 북한의 태도와 한.미.일 3국의 대응, 국제사회의 동향,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 등의 결과에 따라 최악의 위기국면에 진입할 지 여부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어떤 분야로 핵동결 해제조치를 확대할지 여부를 예의주시중"이라면서 "정부는 북한이 이번 조치 이상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대책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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