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 속에서도 한국의 정보화에 대한 열기는 한마디로 대단했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직후인 98년 봄,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세계적 석학 '앨빈 토플러'의 첫 마디다.
당시 외환위기의 늪에 빠져 탈진한 국민에게 그의 한마디는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70여년 전 일제 폭압의 암울했던 시기에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한국을 '동방의 등촉(燈燭)'이라며 독립의 혼을 일깨워 준 것처럼 그는 우리 경제와 한국민에게 "미래가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토플러는 '제 3의 물결' 창시자답게 "세계적 경쟁이 심화되는 지식기반 경제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모든 경제 사회 제도로부터 개개인의 혁신을 억압하는 관료적 조직과 정보시스템, 권위적 구조 등을 제거하라"고 조언했다.
그의 충고대로 정부는 4대부문에 걸쳐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시행했고 세계화와 정보화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마침내 한국은 불과 몇년만에 IT(정보기술)부문에서는 세계 일류 국가로 발돋움,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는 또 하나의 신화를 창출했다.
▲한국은 비록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 사회'로는 먼저 진입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석학의 예지(叡智)는 이렇듯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어 놓는다.
이제 '국민의 정부'가 끝나고 '참여 정부'가 출범했다.
이번 대통령 취임식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석학은 바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다.
그는 한국 정부의 해외경제자문위원장 자리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가 누구인가. '세계화의 불만'에 선봉에 서 있는 사람이다.
시장(市場) 만능주의를 과감히 비판하고 정부와 시장의 균형 잡힌 관계를 중시한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지나치게 경영자 중심으로 돼 있어 집중투표제, 집단소송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하니 노(盧)노믹스와 어지간히 맞아 떨어지는 모양이다.
"노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에 열광하고 있다"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다.
▲어쨌든 그는 토플러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우리 경제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북한 경제를 조언하기위해 방북을 희망하기도 해 남북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시장근본주의도, 지나친 정부개입주의도 모두 지양해야 하듯 개인주의도 집단주의도 아닌 그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스티글리츠의 충고는 성장과 분배 정의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새 정부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사회과학에 '영원한 정답'은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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