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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사치형 과소비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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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와 주가약세·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재테크 수단을 잃어버린 도시근로자들(본지 10일자 27면 보도)의 여유자금이 소비시장으로 흘러 들면서 호화·사치형 과소비가 늘고 있다.

더구나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시간적 여유까지 생긴 대기업 근로자와 전문직 종사자 등 고액 연봉자들은 물가급등에 생활고를 겪고 있는 서민들과는 대조적으로 오히려 소비 고급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최근 소비 주도계층으로 떠오른 20, 30대 후반의 맞벌이 부부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는 스키·골프·윈드서핑·스쿠버다이빙·오프로드 자동차 경주 등 고급 레포츠 종목 동호인 가입이 급증하는 추세라는 것.

포항공단 중견업체 간부 박모(46)씨와 한모(45)씨는 "실수익 3% 정도인 은행 이자를 바라느니 차라리 취미생활이나 잘하는게 나을 것 같아, 지난해 하반기 골프 회원권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회원권 거래업자 박모(38)씨도 "작년부터 '봉급쟁이 회원'이 크게 늘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튜닝 등 개조비용까지 합쳐 3천~4천만원이나 드는 레저용 자동차 구입자도 최근 늘어나고 있으며, 각종 레포츠 명품장비나 해외여행 관련 업계의 호황도 지속되고 있다.

부산에서 해외여행 알선업을 하는 이모(41·여)씨는 "출장과 친지 방문 등을 핑계로 작년 한해 동안 5, 6차례 이상 해외여행을 한 사람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고급 유흥업소와 사치업소의 경기도 여전하다.

서민과 저소득층을 상대하는 중저가 업소는 찬바람을 맞고 있지만, 포항시 대잠동·죽도동 일대와 북부해수욕장 근처에는 리모델링을 통한 유흥업소의 고급화·대형화 경쟁이 불붙고 있다.

해변과 남구 이동지구를 중심으로 1인당 식사비가 3만원이 넘는 고급집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대규모 소매점(할인매장)이 기존 백화점의 고급화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서민들의 심리적 상실감을 더하고 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오진석 과장은 "이자율이 급락한 지난해 저축률이 26%대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특히 소비패턴이 향락·소비·사치산업으로 편중되면서 소비가 내구제 산업의 경기부양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포항상의 김석향 총괄실장은 "일부 젊은 세대들이 고소득층 모방소비에 나서는 것은 가계파탄은 물론 가계와 기업 등 전반적인 경제구조의 부실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라며 "기왕에 결심한 소비라 할지라도 국내 제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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