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사랑을 읽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집'

사랑이 떠난 자리는 헛간에 떨어지는 의미 없는 달빛과 같다.

그것은 등 굽은 노인이 우주 속을 홀로 건너고 있는 하얗게 바랜 소금의 시간이다.

한때 뜻있게 빛나던 촛불과 안개와 눈물까지도 모두 허망한 열망이 되어 장님처럼 더듬거리며 문을 잠근다.

그리고 오래 사랑을 빈집에 가둬버린다.

이별의 어법이 김소월 이후 많이 달라져 있다.

권기호〈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유승민 전 국회의원은 DMZ 지뢰 폭발 사건의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대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응 부족을 비판하며, 군이 군답지 못하다고 분노...
프랑스의 재정 불안과 정치적 혼란이 겹치면서 유로화의 가치가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고, 이는 프랑스 채권시장 불안과 내년 대통령...
대구의 운문댐 저수율이 22.9%로 급감하며 가을 가뭄으로 인한 식수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어 대구시는 낙동강 대체 공급을 확대하고 금호강 ...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광유전학을 개척한 칼 다이서로스,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에게 수여되었다. 그들은 빛을 이용해 신경세포 활동..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