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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따라 세월따라-어른 흉내낸 아카시아 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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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꽃내에 술 취한 듯 봄을 맞곤 했다.

주렁주렁 늘어진 꽃, 촉촉한 흙내, 산들거리는 바람, 5원짜리 동전만한 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발…. 아카시아는 봄이었다.

꽃이 피면 꽃 꽁지에서 단물을 빨아먹고, 꽃이 지면 잎 따기로 하루해가 짧았다.

가위 바위 보로 잎을 하나씩 따는 놀이는 요즘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 '스타크레프트'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에 비하면 단조롭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스릴 넘치는 놀이였다.

동요 '아카시아 잎따기'(김홍범 작가)는 '가위에도 하나 잘리고, 보에도 떨어지는 아카시아. 잎 한 잎 두 잎 떨다보면 조여드는 마음 즐겁기도 하고 시원도 하다'고 노래하고 있다.

여자아이들은 잎이 다 떨어진 줄기로 파마를 하기도 했다.

모 포기처럼 머리를 솎아 아카시아 줄기로 묶으면 흡사 어른들이 파마할 때처럼 됐다.

60년대 대구 복현동 뒷산이다.

지금 경북대 뒤편. 한때 소풍도 가고, 간첩이 나타났다고 야단을 떨기도 했던 산이다.

단발머리 언니가 동생에게 아카시아 파마를 하고 있다.

동생은 기대 어린 표정으로 코를 흘리면서도 아카시아 줄기를 손에 꼭 쥐고 있다.

질끈 묶은 모양으로 봐서 머리 속까지 아프겠지만 참고 있다.

바가지 엎어 깎은 언니의 단발머리가 60년대 여자아이의 전형적인 모습. 이렇게 정성 들여 해도 아카시아 파마는 생각처럼 예쁘게 되지를 않았다.

풀면 으레 아궁이에 박아 넣은 볏짚단처럼 부시시했다.

하긴 듬성듬성 만 머리가 미용실에서처럼 될 리 만무하다.

울면서 냇가로 뛰어가 물 묻혀 풀어내지만, 그래도 부시시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언니가 "또 해줄까?"하고 물으면 머리를 갖다 댔다.

이제 마흔을 넘겼을 자매. 이날의 긴장된 아카시아 파마를 기억하고 있을까.

글: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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