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수능 자격고사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언론이 한 바탕 법석을 떨고, 인터넷에 반대글이 쏟아지자 그는 "현 입시제도는 적어도 2005년까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입시제도 변화는 우리 현실상 고교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학부모들에게까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따라서 윤 부총리의 말은 다시금 분명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입시제도, 특히 2005학년도 이후 제도가 과연 바뀌어야 하는지가 논의의 핵심이 된다.
지금까지의 발표로 본다면 2005학년도 입시제도는 수능시험을 수험생 각자가 진로에 따라 일부 영역을 선택해 치른다는 점에서 종전과 가장 다르다.
7차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소질, 적성 등에 따라 특정 분야를 선택, 심화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현실은 다르다.
교사와 시설 부족 등 물리적 여건이 안 돼 있을 뿐 아니라 과목별로 선택 학생 숫자가 차이날 경우 석차백분율에서 유·불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학생의 교과 선택권 자체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수능시험에서도 외견상은 각자가 응시영역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같은 현실 때문에 결국 종전과 비슷한 유형의 선택으로 대세가 기울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대학에 따라 3, 4개 영역만 반영한다고 해도 고교 1, 2학년때부터 특정 대학을 겨냥해 공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 역시 형식적이다.
결국 여건 미비와 대입 제도 때문에 7차 교육과정이 겉돌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학생들은 0교시와 심야 자율학습의 멍에를 선배들과 꼭같이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윤 부총리의 자격고사화 발언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든 대입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상당한 것이다.
그렇다면 2005학년도 이후 대학에 가야 하는 고교 1, 2학년생과 중학생 등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교사들은 언론이 제발 좀 가만있어 달라고 사정한다.
입시제도가 어떻게 달라지든 지금 시점에선 교과서와 학교 수업 중심의 공부가 최선인데 엄청난 혼란이 올 거라는 언론 보도 때문에 오히려 학교가 더 북새통이 되고 사교육만 번성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대학입시가 상대평가의 틀 속에 있다면 수능시험이 자격고사가 되든, 두번 치르든 교육과정에 충실하기만 하면 수험생에게는 마찬가지다.
제도보다 앞서가는 발표, 정책보다 먼저 쏟아지는 우려로 인해 학교 현장은 더 피폐해지고 공교육은 더 손상받고 있는지 모른다.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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