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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포럼-경제위기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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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우리나라 민간경제 연구소들은 워낙 경제예측이 맞지 않자 무속인을 찾다 기자들에 들켜 망신을 당한 일이 있다.

그뿐인가 95년에는 이런 일까지 있었다.

민관 경제연구소들은 96년 경기전망을 소프트랜딩으로 하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런데 김일성 사망을 예언하여 이름을 떨친 한 무속인은 하드랜딩이라고 예언했다.

그러자 삼성 현대 등 우리나라 최고 그룹들도 이 무속인의 책을 읽도록 권유까지 했단다.

경제예측에 관한 한 우리나라만 이렇게 웃기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미국의 경우 어빙 피셔라는 당대 대 경제학자는 대공황을 1주일 앞두고 절대로 공황은 없다고 단언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그 뿐 아니다.

윌리엄 서든이라는 학자는 "미래를 알고 싶으면 차라리 동전을 던져라, 그것이 훨씬 골치도 아프지 않고 돈도 싸게 먹히고 맞을 확률도 높다"고 신랄하게 예측의 무책임성을 비판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특히 한국에서는 IMF위기 같은 것도 예측하지 못했으니 비아냥을 들어도 싸다.

이렇게 볼 때 경제예측 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경제연구기관이라면서 예측이나 진단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지금 논쟁이 한창이다.

지금이 위기인가 아닌가. 또 경제위기는 오는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중앙은행 총재는 당연히 경제전망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박승 한은 총재가 "올 우리 경제성장률은 5%가 아닌 4%대로 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가 재경부로부터 "한은 총재가 하락 전망을 내놓은 것은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고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니 만큼 솔직한 예측은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어떻든 지금까지의 나온 예측을 종합해 보면 "5년 전과 같은 통화위기(換亂) 재발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경제상황은 위기 국면"으로 모아지는 것 같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시장에서는 "IMF 때보다 장사 더 안 된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불황을 모르던 명품업체마저 시들한 상황이다.

게다가 증권시장에서는 '한국팔기'(Sell Korea)바람이 일어 주가는 맥을 추지 못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외평채 가산금리 등이 한때나마 오른 것은 물론이고 부분적으로 자금조달의 길이 막히다시피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만큼 당연히 위기라는 데는 동의하는 견해가 훨씬 더 많을 수밖에. 그러나 IMF위기같은 환란이 재연될 것이냐에는 거의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구닥다리 같은 소리지만 언제나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제일이다.

97년 IMF위기는 경제연구소들이 온다고 해서 온 것인가. 그 때도 1년 전쯤에서는 경제지표 상으로는 괜찮았었다.

당시 가장 자주 들었던 소리가 "펀더멘털은 괜찮다"는 소리가 아닌가. 한보나 기아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신통치 않았고 또 우리 경제의 투명성이 부족하여 외국투자자에 신뢰를 주지 못해 외국자본이 빠져나간 데서 온 것이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국 '만사 불여튼튼'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갓 출발한 참여정부는 법인세 인하 등에서 보여주듯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외국투자자에 불안을 주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진정한 문제는 외환위기보다 제조업의 경쟁력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한국 경제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라는 보고서 내용도 그렇다.

우리는 그동안 외환보유액 증가나 기업지배구조 등 투명성 제고에 힘쓰느라 경쟁력 제고에는 실패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수치로 풀어 보면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나타내는 수출단가가 2000년을 100으로 했을 때 96년은 140.6인데 비해 2002년은 83.9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이렇게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어 가면 언젠가는 IMF와 같은 위기가 온다는 데 있다.

IMF위기 때 들어선 국민의 정부앞에는 그래도 재정과 가계부분이 흑자상태로 남아 있어서 정책을 펴기 쉬웠으나 지금의 참여 정부앞에는 외형상 부채비율이 개선되었으나 그로 인해 기진맥진한 상태인 기업분야만 남아 있을 뿐이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후 재정과 가계에 부채의 그늘을 뒤집어 씌워 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여정부로서는 그만큼 정책선택의 폭이 좁아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일하기 더 어렵다는 소리다.

진짜 경제위기와의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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