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되겠기

내 기대 높이가 자라는 쪽으로 커다란 돌덩이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외롬 짓무른 밤일수록 제 설움 넘치는

밤일수록 크고 무거운 돌덩이 하나 가슴 한복판에 매달아 놓습니다

-고정희 '사랑법 첫째'

애정이란 가지 위에 호수와 불길을 함께 매어두는 것은 어렵다.

기대를 애정과 바꾸지 않기 위해선 꽃 속에 살아있는 죽음이 필요하다.

기대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운명 그대로 받아들일 줄 모르는 탐욕의 다른 이름이다.

이 시인은 외롬이 짓무른 밤일수록 기대를 누르기 위해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올려놓는다.

애정이란 어떠해야 되는가를 아프도록 자신에게 타이르고 있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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