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요·청빈·느림의 가르침 가슴에

오랜 기다림 끝에 아주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스님은 우리 곁에 오셨다.

버스에서 내리는 스님을 처음 뵈었을 때 나는 그 분의 잔잔한 미소와 걸음을 뗄 때마다 평화로움의 향기가 넘쳐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온 몸으로 보여주는 거룩하고 성스러운 수행자의 모습은 진정 살아있는 보살 그대로였다.

물질의 풍요 속에서 오히려 고통 받는 현대인에게 스님은 청빈한 삶과 침묵 할 것을 실천 수행으로 가르치셨다.

천천히 걸으면서 호흡을 관(觀)하는 동안 고통은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는 스님 말씀이 잔잔한 메아리가 되어 바쁘게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스님은 이 땅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수행방법일 수도 있는 '호흡'과 '걷기 명상'을 실천할 것을 권하셨다.

우리가 찾는 행복과 평화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장 가까이 있음을 스님은 몸소 보여 주신 것이다.

스님은 또 존재하는 모든 현상을 부처님의 연기법(緣起法)으로 보아 집착하지 말 것을 당부하시고 항상 깨어있는 마음과 지혜와 자비의 힘으로 이웃과 함께 할 때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한줄기 감로수와도 같고 등불과도 같은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참 삶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은 물론 주위를 돌아 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질주하는 사람들에게 고요와 침묵, 소박함과 청빈함, 그리고 느림의 가르침을 전해 주고자 이 땅에 오신 틱낫한 스님. 영적 스승을 가까이서 친견하고 깨침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오랫동안 간직할 것이다.

이철순(불교문화연구소 해조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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