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여 년간 정형외과 의사를 하면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관찰하게 됐다.
사람의 뼈가 20년 사이에 갑자기 해부학적 구조나 조직학적 구성이 변한 것도 아니고 골절이 새로 생긴 질환도 아닌데, 치료 개념이 엄청나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정반대로) 변한 것이다.
의학 발달에 따른 변화이긴 하지만, 수련의 시절 금과옥조의 불변의 진실처럼 여겨진 치료 개념이 소리 없이 조용히 변해 버린 것이다.
또 뼈 생리의 3대 원칙 중 하나인, 뼈 사이 간격을 벌어지게 하는 견인력은 새로운 뼈의 형성을 방해한다는 진리가 무너져 버렸다.
뼈이식 없이 뼈를 당겨서 새로운 뼈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뼈를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경을 통해 "너희가 한치의 키라도 늘릴 수 있느냐?" 하시며 인간 능력의 한계를 지적하신 하느님의 말씀에 이젠 감히 "네"라고 당돌한 대답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수련시절 배운 의학 지식은 나에게는 분명 하나의 진리였고, 다른 치료 방법은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무식한 의료행위로 생각됐다.
그러나 이젠 그 때 그 귀한 의학 지식이 현재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생각하면 우습다는 생각까지 든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예전에 본의아니게 환자에게 엉뚱한 설명을 한 셈이 됐다.
내가 알던 진리가 변해 버린 것이다.
지금 우리가 최선이고, 절대 진리에 가깝다고 믿고 행하는 치료들이 과연 향후에도 지속될 옳은 치료법인지, 아니면 변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이고 지엽적인 지식인지 참으로 판단이 용이하지 않다.
현재도 수많은 치료방법이 개발되고, 시행되고, 그리고 사라진다.
그리고 현재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이 질환은 불치의 병이라 결론을 내리고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인지도 모호하다.
인간 복제의 이야기까지 나오는 현실에서, 현재 지금 내가 아는 지식으로 향후 치료 가능성 여부를 점친다는 자체가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한다.
"예전에 의사 선생님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하여 아예 치료를 포기하고 그 후 병원을 가지 않았다"는 환자를 지금도 가끔씩 본다.
나는 이젠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이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치료법이 나타나는 시간이 언제일지 모를 뿐이다"라고 설명한다.
헛된 희망을 심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내가 아는 한도에서는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20년여 년 전 처음 환자를 만났을 때, 지금의 치료방법이나 수술방법을 솔직히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 나타날 치료법을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선 발전이, 새로운 지식을 익혀야 하는 의료인들을 어지럽고 숨가쁘게 하겠지만,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좋은 일임은 분명하다.
이런 일을 하는 많은 의료인들을 따뜻하고부드러운 눈길로 지켜봐 주는 것도 연구하는 모든 의료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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