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술과 노래와 책

나는 요즈음 가수 김정구씨가 '두만강'을, 이미자씨는 '동백아가씨'를 몇 번 불렀을까를 생각해 본 일이 있다.

가수는 참으로 행복하다.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는 화려한 무대, 아름다운 음악, 수많은 관중이 열광한다.

한가지 곡을 평생 부르고 불러도 인기는 더해 가기만 한다.

그러나 문학은 한 작품이 끝나면 또다음 창작에 피를 말려야 한다.

돈 되는 것도 아니고 명예가 있는 것도, 출세를 하는 것도 아니다.

발표할 곳도 없는 것을 점 잡힌 무당같이 외로운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것이 문학이다.

문학강연 만큼 인기가 없는 것도 없다.

내로라 하는 유명작가가 특강을 해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메뚜기같이 깡충깡충 뛰는 젊은 가수가 게릴라 콘서트라는 것을 하는데 5천명이 모여들고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볼 때 문학의 위치는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IMF이후 전국 서점은 2천5백개가 줄어들었다.

대신 노래방은 2천5백개가 늘었고 술집은 5천개가 늘어났다.

책이 죽어 가고 있다.

섹스와 향락과 유흥은 나날이 번창하는데 반해 정신문화는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새 집을 지으면 읽든 안 읽든 응접실에 제일 먼저 들여 놓는 것이 책이었다.

책을 가까이 한 그 때는 지금과 같이 이렇게 살벌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 자리에 고급 외산 양주가 차지하고 있다.

책이 술한테 밀려난 셈이다.

세계 음주 1위국이 됐고 음주로 인한 건강과 가정파괴 범죄는 극에 달해 있다.

탈무드는 "물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 술에 빠져 죽은 사람이 더 많다"고 경고하고 있다.

임금님도 먹어 보지 못한 진수성찬을 먹고, 좋은 집에, 좋은 옷을 입고도 행복을 모르고 마음의 갈등은 더 하다.

왜 일까? 정신문화가 죽었기 때문이다.

정신문화를 살리는 길은 현재의 여건으로 독서가 가장 빠르고 좋은 길이다.

책은 어떤 고민도 풀어 준다.

책 속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다 있다.

만약 전 국민이 교양서적 한 권만 읽는다면 범죄를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사람을 만들어 주고 책은 최고의 스승이자 마음의 양식이고 책 속에 길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소설가협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