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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1녀 화목한 김길수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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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가정은 어른들 하기에 달렸어요. 우리집이 내세울게 있다면 형제, 며느리들은 물론 사촌간인 손자들까지도 한울타리 안에서 우애롭게 성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버이날, 4남1녀중 서울에 있는 두 아들 내외를 제외하고 한자리에 모인 3대 20여명의 대가족. 자식·며느리와 손자·손녀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김길수(65·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씨의 말이다.

김씨는 무서운 할아버지, 근엄한 아버지, 시아버지가 아니다.

손자들이 칭찬을 받고 싶어 안달하는 '우상'이고 함께 대화하고 어울리기 좋은 어른이다.

할아버지와 한집에 같이 사는 손자는 '특권'을 받은 듯 우쭐거린다.

서울에 있는 손자는 매월 생활실천계획표를 할아버지에게 보내 점수를 딸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김씨의 아파트는 사흘이 멀다하고 북적거린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매월 2, 3차례 정해진 날이면 어김없이 모여 정을 나누고있지만 그날 외에도 수시로 형제들끼리 또는 며느리들끼리 어울린다.

김씨의 아들 4형제는 5년씩 번갈아가며 부모님과 함께 살기로 약속했다.

장남이 결혼과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5년을 살았고 둘째가 이어서 본가에 입주해서 내년 3월이면 5년 임기(?)를 마치고 다시 나가서 살게된다.

순서대로 하자면 다음은 셋째동생이 본가에 들어와야할 차례이나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보니 장남 지홍씨에게 자연스레 양보가 이뤄졌다.

큰아들 지홍(42)씨는 "애들이 할아버지 집에서 살고 싶다며 더 성화"라며 "사실 모시고 산다기보다는 저희 부부나 얘들이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산다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는데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릴때부터 학교공부다, 과외다, 지식위주의 교육이 전부인 것처럼 된 요즘 자상한 할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홍씨의 희망은 기회가 된다면 한지붕 아래 형제들이 모두 모여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가장 큰 선물은 가족간의 우애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김씨 내외의 며느리 사랑도 유별나다.

밖으로 가족여행을 가거나 소풍을 나가면 며느리들은 밥짓고 설거지 등에서 무조건 제외된다.

평소 집에서 고생하고 있으니 밖에 나가서는 편하게 지내라는 배려이다.

부모님이 먼저 팔을 걷어붙이니 아들들도 자연 따라갈 수밖에 없다.

본가에서 가족모임을 할때도 아들들 집에서 각자 음식을 조금씩 준비해오도록 해 뷔페를 마련한다.

집에 모여 며느리들 음식장만 고생하고 설거지까지 해야하는 수고를 덜기위한 방법이다.

모두들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이젠 서로에게 부담없고 재미있어 한다.

시아버지·시어머니가 이렇게 이끌어주니 형제간 우애 못지않게 동서지간 우애도 돈독하다.

집안의 중심역할을 하는 큰며느리와 윤활유 역할을 하는 작은 며느리가 항상 교통정리에 나선다.

외동딸 지인(40)씨는 "친정에 들락날락거려도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올케 언니들의 단결에 밀려 오히려 몸조심 해야할 처지라 시누이 행세는 꿈도 꾸지 못한다"며 웃음지었다.

요즘 걱정이라면 막내아들 지성(30·육군대위)씨가 전역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 지성씨가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김씨는 왠지 애처롭다는 생각이 자꾸든다고 털털 웃는다.

김씨는"한 인생의 시작과 끝이 결국 가정안에서 이뤄진다고 볼때 건강한 가정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라며"가족 구성원끼리 자신의 권리찾기에 치중하기보다 가정의 화목과 결속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고 잔잔히 말했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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