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뽀> 라인 멈춰선 구미 오리온 전기

지난해 악성 노사분규로 장기파업에 나서 부도위기를 맞았던 구미공단의 TV브라운관 생산업체인 오리온전기가 이번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파업강행으로 또다시 벼랑끝에 내몰렸다.

현재 오리온전기는 부산항으로부터 브라운관 제조용 중국산 유리원료의 공급이 마지막으로 끊긴 12일 오후부터 전체 5개라인 가운데 29인치 TV 브라운관 2개 생산라인의 가동중단으로 요란한 기계소리가 멎었다.

오리온전기 직원들은 지난해 연말 노조파업이후 '가동중단'이란 최악의 사태가 망령처럼 재연되고 있는데 대해 망연자실 하고 있다.

그동안 직원 100명이 한조가 돼 모두 300여명이 3교대로 24시간 불철주야 돌려온 이곳 공장의 생산라인이 멈춰선 현장에는 평소 브라운관 유리 등 부품들로 가득찼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휑하니 적막감만 드리워지고 있다.

간혹 스페너나 몽키 등 연장을 들고 나타난 직원들은 작동이 정지된 기계와 기계사이를 오가며 평소 부품이 낡았거나 교체가 필요한 곳을 돌며 수리에 나선 모습만 보일 뿐 인적마저 끊겼다.

다행히 13일 오후 김천 아포역을 통해 컨테이너 6대 분량의 유리원료가 확보되긴 했으나 고작 하루 작업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분량이다. 현재 부산항에는 4피터 짜리 컨테이녀 4만대 분량의 원료가 도착해 있지만 '그림의 떡'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회사직원들에게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회사의 크나큰 손실이 좋은 '반면교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오리온전기는 지난해 장기 노사파업으로 930억원의대의 매출손실을 입었는가 하면 이로인한 자본잠식(3천149억원)규모도 천문학적인 액수를 기록해 부도위기를 맞았고, 여기다 파업당시 500여개 협력업체 직원들에까지 고통을 전가했다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또 회사측으로부터 노조간부 10명이 업무방해.재물손괴 등 혐의로 고소당해 구속 사법처리되는 등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최근 올초부터 강성노조와 경영진은 서로간 '화합하지 않으면 이젠 망한다'는 교훈을 함께 느끼고 '노사화합, 생산성 향상, 수출극대화' 등으로 무장하고 나선지 불과 5개월여만에 느닷없이 화물연대 파업이라는 '복병'과 맞닥뜨린 것이다.

제품 수출과 원자재 수입 등 두쪽다 90%를 부산항에 의존해 오고 있는 오리온전기 노사는 이번 화물대란을 슬기롭게 헤쳐나지 못하면 이젠 더이상 회생의 기회가 오지 않을 것으로 믿고 조속한 타결을 바라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3개월치 임금이 밀려 있고, 매달 채권단 쪽에서 25억원을 갚아라는 독촉이 오고 있다"면서 "화물연대의 전폭전인 양보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13일 현재 구미공단에서 브라운관 제조업체인 오리온전기.삼성코닝.한국전기초자 등이 하루 컨테이너(40피터 기준)50대 분량의 유리원료 수입 차질로 일부 조업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이와 반면 LG전자가 하루 100~150대, 대우일렉트로닉스 50대, 삼성전자 30대(프린트기) 분량의 수출차질이 발생하고 있는가 하면 코오롱.한국합섬.동국무역 등 섬유업체의 경우 모두 약100대분량의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고 발이 묶여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