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송아, 나에게 맞춰봐

'아직도 지상파 TV만 보세요?'

지상파 3사가 장악하고 있던 '방송 시장'이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케이블과 위성이 시청자층을 파고드는데 이어 원하는 것을 골라보는 주문형 서비스까지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

이러한 변화는 시청률로 쉽게 볼 수 있다.

우선 전체 케이블TV 채널을 합친 평균 시청률이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평균을 앞질렀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케이블 채널의 연간 가구 시청률은 9.2%로 2000년의 5.5%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채널 점유율은 2000년 20%에서 올해 30%로 1.5배, 시청 시간은 6배 정도 증가했다.

반면 지상파 TV의 연간 가구 시청률은 2000년도 21.7%에서 올해 21.6%로 제자리걸음.

케이블의 눈부신 성장은 지상파 TV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콘텐츠 개발 때문이다.

최근 불고 있는 격투기 붐이 대표적인 경우. KBS스카이가 지난해 말부터 방송하기 시작한 'K-1'이라는 프로그램은 방송사측도 놀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K-1'은 쿵푸와 킥복싱 등의 영어 이니셜인 K와 최강자를 의미하는 1의 합성어로 'K-1'은 케이블 TV 시청 점유율이 30%대로 올라선 상태다.

10·20대 여성층으로부터 인기를 끌며 역한류 바람을 일으켰던 중국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케이블에서 방송된 뒤 여세를 몰아 지상파 TV에서 재방송됐을 정도. 특히 10·20대에게 인기를 끄는 애니메이션과 만화, 게임 등은 이미 마니아 층이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옮아간 상황이다.

'VOD(video on demand)서비스'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우며 시장장악에 나서고 있다.

VOD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SBS 드라마 '올인'은 방영기간 동안 170만회(편당 500원)라는 서비스 이용 기록을 세워 10억여원이라는 예상치 못한 수익을 올렸다.

현재 MBC와 SBS, EBS는 물론 케이블 TV까지 고화질 서비스와 NG 장면 등을 내보내며 VOD 가입자 경쟁에 공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층에게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VOD로 몰리면서 시청률이 내려가는 웃지못할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5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영화를 골라볼 수 있는 13개의 영화 채널을 운영중이다.

방송관계자들은 "디지틀 화면과 돌비, 5.1채널 등의 질높은 음향 서비스 제공을 앞세운 뉴미디어의 성장세를 볼 때 '지상파 TV'의 방송 독점 시대도 얼마남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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