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신라 왕경 복원 서두를 때다

21세기는 지적 창조력과 정보력 등 축적된 문화적 역량이 국가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문화우위의 시대로서 선진 각국들이 문화를 국가의 핵심정책으로 다루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조셉 나이 교수는 국력의 원천중에서도 소프트파워인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새뮤얼 헌팅튼 교수도 21세기는 문명·문화의 패러다임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또한 사회주의 멸망을 예견했던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도 문화가 국가와 경제의 원동력이 될 중요한 요인이라고 예견하는 등 세계의 석학들이 21세기는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문화부문의 투자를 늘려가고 있지만 상업주의적 콘텐츠 개발에 치우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우리의 역사적 전통문화가 문화적 역량의 중요한 원천임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경주는 유네스코가 정한 인류의 문화유적지이자 천년 고도로서 '담장없는 박물관(Open Museum)'으로 불리우는 전통문화의 보고임에도 그 문화자원이 소홀시 되고 있어 지금이야말로 '왕경복원계획'을 서둘러 세계적인 문화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때라고 생각한다.

신라문화는 다양성과 독창성을 띠고 천년에 걸쳐 서라벌 왕경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고구려·백제·가야문화를 비롯 중국·인도·서역의 문화를 받아들여 이룩한 독특한 문화다.

때문에 그 문화유산들은 세계문화와의 이질적이고 배타적인 문화들을 극복하고 포용하여 새로운 문화로 창조할 수 있는 융합사상이 내재돼 있다.

최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왕경발굴보고서를 발간해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부끄럽게도 신라왕경도 복원에 먼저 손을 대어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은 일본인 후지시마 가이지로(藤島亥治郞)였다.

하지만 이제 왕경 복원은 우리의 몫이다.

복원을 위한 기초 자료들도 정리 발간됐으므로 국가차원의 신라왕경 복원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도 50년 내지 백년대계로서 추진돼야 하며 첫걸음을 하루속히 내딛어야 한다.

만약 복원사업이 정부차원의 장기적 대역사로 추진되지 않고 자치단체에 맡긴다거나, 짧은 기간내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자치단체에 미룰 경우 집단민원 등으로 주민위주의 개발방향으로 치우칠 것은 자명하며, 땜질식 문화재 보존관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우(愚)를 범한다면 소중한 민족문화유산의 복원은 요원하며, 오히려 훼손으로 인해 다시는 복원하지 못할 위험성도 따를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주를 문화특구로 지정하여 경주시 도시계획을 신라왕경 복원계획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신라 왕경 복원은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화하고 문화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경주, 아니 한국이 21세기 주목받는 동북아의 문화현장으로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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