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東海' 일본에 지다

축구가 일본에 지면 참 마음이 상하는 게 한국사람이다.

피해의식·라이벌의식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13전(顚) 14기(起)는 참으로 빛난다.

단 두개의 실업팀밖에 없는 우리의 축구 낭자군, 파주의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합숙훈련 도중 남자대표팀이 들어온다고 인근 러브호텔로 쫓겨날 정도로 설움 당했던 그녀들이 지난 21일 열네번째 한·일 전에서 마침내 이겨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9월·미국)에 올랐던 것이다.

이건 확실히 관(官)이 버린 민(民)의 승리였다.

▲지금 한국은 일본과 두가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보이는 전쟁과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스포츠 같은 경우는 보이는 것, 전쟁이라기 보단 경쟁이다.

그러나 경제문제·영토문제 같은 것은 국민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Invisible War)이다.

자국에게 유리한 국면전환을 모색하기 위해 벌이는 필사적인 '외교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전쟁'은 정부차원의 외교와 민간외교가 상승작용을 할 때만이 승리가 보장된다.

▲동해(東海)의 명칭을 둘러싼 한·일 외교전쟁에서 잇단 패전보가 한반도에 날아들고 있다.

어제 프랑스는 "국방부 수로국이 올 1월 발간한 해도(海圖) 목록에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한 것이 프랑스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면서 내년부터 다시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겠다고 한국측에 통보했다.

세계적 권위 '내셔널 지오그래픽' 7월호가 한반도 DMZ를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한반도 지도 한장에 동해를 'East sea(Sea of Japan)'로 표기하자 일부 언론은 이를 다투어 보도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일본해 우선표기를 원칙으로 하되 한반도를 다룬 이번호에서만 예외로 표기한다'는 각주(脚註)즉 '토'를 빼먹고 읽은, 그래서 두건(件)다 '혼자 좋다가 만'외교적 패배가 돼 버렸다.

▲한국정부가 "이젠 됐다"싶어 태무심한 사이 일본이 국제수로기구(IHO)의 '일본해 표기 삭제'의사를 번복시킨게 지난해 가을이요, 멸종위기 동식물협약(CITES)이 일본외교에 말려 병행표기 약속을 깨버린게 지난해 겨울이다.

▲세계적 지도제작사인 '월드 아틀라스', 프랑스 르 몽드의 '아틀라스 연감'그리고 USA투데이·NYT등으로 하여금 동해병기(倂記)를 약속케 한 것이 우리들 네티즌, 민(民)의 승리라면 정부는 그 승리를 하나도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반대로 일본외교는 예선에선 졌지만 본선에서 역전승을 거듭했다.

일본외무성이 끈질긴 '로비'를 통해 '현실·현재'와 싸우는 동안 미국·유럽의 한국대사관들은 그곳 도서관·고문서 보관소들에서 "동해표기 지도가 일본해표기 지도보다 몇%나 더 많은가"하는 '빛바랜 역사'만 들추다가 '미래'를 놓치고 있는 꼴이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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