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2020년을 목표 연도로 수립한 '대구장기발전계획-대구비전 2020'은 대구의 미래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성화된 발전전략을 모색하여 풍요롭고 살기좋은 도시를 건설하려는 종합계획이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이 16명의 연구진과 30명 자문위원을 거쳐 완성한 이 '대구비전 2020'에는 지역발전의 제약요인들을 분석하고 성장 잠재력과 강점을 활용하여 대구시가 '세계로 열린 첨단 과학기술도시', '문화예술진흥과 선진복지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담고 있다.
◈"부정부패 사라져야 대구 발전"
그런데 '대구비전 2020'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실시됐던 시민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장밋빛 청사진 가운데 오늘날 혹은 미래의 대구가 겪거나 겪을지도 모를 위기감이 감지된다.
총 1071명(공무원 265명, 전문가 103명, 일반시민 703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시민설문조사의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은 제조업 위축과 재정의 빈약이 오늘날 대구가 당면한 과제라고 지적했고, 이 계획이 완료되는 2020년 대구경제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낮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대구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57.0%로 좋아지리라는 응답 20.3%의 약 3배를 기록했다.
대다수 시민이 다가올 미래에 대구가 경제적으로 더 몰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설문 응답자를 대상으로 향후 '대구지역 발전을 위한 한마디를 해달라'는 주관식 설문에 '정치인, 공무원의 부정부패 근절'을 가장 많이 썼다.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정부패가 근절돼야 대구가 발전한다는 대구시민의 서릿발같은 주문이 왜 나왔을까. 시민들이 대구사회의 리더인 공무원과 정치인들에 대해서 오해한 것일까. 아니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만무하니 진짜 부정부패가 있는 것일까.
'대구비전 2020'에는 21세기 대구를 이끌 수많은 발전구상과 10대 프로젝트 그리고 부문별 발전계획이 들어있다.
하지만 대구시민이 품고있는 공무원과 정치인에 대한 이런 의혹의 시선을 모른 체하고 해소시켜주지 않는다면 '대구비전 2020'은 모래탑 쌓기에 불과하지 않을까싶다.
물론 대구시 공무원 가운데도 머리카락에 홈을 판다고 할 정도로 투명하고 원칙대로 업무를 처리하는 이들도 다수 있음을 안다.
이런 청렴공무원까지 도매금으로 의혹의 시선을 받는 것을 벗겨주기 위해서라도 대구시는 시민설문조사의 결과에 대한 근본적인 해소책을 마련해야하지 않을까.
탁월한 리더십으로 일찌감치 '2010년 도민소득 2만달러'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이룩하기 위해서 강한 수출 드라이브정책과 함께 외국기업유치에 성공하여 며칠전 청와대에서 외국기업유치 성공사례를 발표한 김혁규 도지사가 이끄는 경남도의 경우 간부 공무원(지사, 행정부지사, 정무부지사)들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경남도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런 식이다.
7월1일 행정부지사 도정협조인사축하 2명 1만6천원(직불카드), 정무부지사 도정협조인사 축하 1명 8천원(직불카드). 6월30일 도지사 도정협조인사 격려품 2명 1만6천원(직불카드) 도청이전 20주년기념 축하만찬 400만원(카드), 행정부지사 직원조의금 2명 6만원(현금). 6월28일 사용내역 없음. 6월27일 정무부지사 직원격려오찬 10명 14만2천원(카드).
최고위 간부공무원이 단돈 8천원 쓴 내역까지 공개할 정도로 투명함이 지역사회를 지배하는 분위기로 자리잡은 경남도는 경제발전의 3주체인 공무원과 시민, 기업이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활성화에 매진한 덕에 올 5월까지 34억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회구성원간 신뢰 구축해야
'역사의 종말'을 쓴 후란시스 후쿠야마는 '트러스트'란 책에서 경제를 성장시키려면 뜻밖에도 서로 신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주류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의 결정요소로서 통화 및 재정정책, 경제혁신 등을 꼽았지만 후쿠야마는 경제성장의 핵심은 사회구성원간의 신뢰이며, 사회전체가 높은 수준의 신뢰성을 갖추지못하면 그 사회의 경제발전은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고 했다.
"신뢰는 사회거래에 있어 불신비용을 최소화시켜 거래비용을 줄이고, 사회를 매끄럽게 돌아가게 함으로써 결국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후쿠야마의 주장은 이미 투명기업일수록 생산성이 높다는 데서 증명되고 있다.
대구에서 신뢰를 얻는 관리, 기업가, 개인을 얼마나 더 많이 어느만큼 더 빨리 확보하느냐에 따라 대구경제의 회복속도는 달라지지 않을까.
최미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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