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졸속 도축정책 또 손실

가축 의무도축제가 확대 시행된지 반년이 지났으나 도축장 부족 등을 감안하지 않은 졸속시행으로 정착이 되지 못한 가운데 또다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정부의 도축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부는 축산물의 위생적인 관리와 유통을 위해 판매를 목적으로 가축을 도축할 때에는 허가된 도축장에서만 도살토록 하는 의무도축제를 도입했다.

올해 1월 1일 이전까지만해도 소.돼지.양.말 등 4개 축종이었으나 그 이후부터는 사슴.닭.오리.거위.칠면조.토끼.메추리.꿩 등 8개 축종이 추가됐다.

그러나 의무도축제가 확대 시행됐지만 이들 가축을 도축할 도축장은 크게 부족해 경북도내에는 닭의 도축이 허가된 도계장의 경우 상주.청송.구미 등 3곳에 불과하다.

또 토끼, 메추리, 거위, 꿩 도축장은 아예 없으며, 오리나 사슴 등은 경남,전남, 강원도까지 가서 도축을 해 와야하는 실정이다.

경산시 남천면에서 토종닭을 조리해 판매하는 김모(57.여)씨는 "닭도리탕이나 닭백숙 한그릇 팔기 위해 인근에도 없는 도계장까지 가서 닭을 잡아올 수는 없다"며 "불법인지 알면서도 자가도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축장 업체 관계자도 "도축물량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억원을 들여 다른 가축 도축라인을 설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졸속 도축정책이 불법도축에 따른 범법자만 양산하고, 단속해야 할 당국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 축산유통 관계자는 "개방화 시대에 국가간 형평성과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의무도축 대상이 확대됐으나, 식(食)문화 차이는 고려되지 않고 도축시설 부족 등 준비미흡으로 시행에 문제점이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앞으로 본격적인 단속이 실시돼도 도축업자들이 시설기준을 갖춘 도계장을 설치할 경우 20여억원 이상 소요되며, 님비현상에 따른 민원발생 때문에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실제로 경산에서는 2곳에서 도계장 설치계획을 검토했다가 인근 주민과 공단 업체의 반대로 포기한 상태이다.

이처럼 의무도축제가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문제점이 드러나자 농림부에서는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작업을 추진중이다.

농림부 축산물위생과 관계자는 "올해 확대 시행된 의무도축 대상 가축중 생산자가 소재지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조리 판매하기 위한 도축은 일부 허용하고, 유통시장 형성이 제대로 안된 토끼,거위, 메추리, 꿩 등의 가축은 의무도축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 법률 개정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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