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앉아 있는 자녀의 모습만큼 부모를 뿌듯하게 만드는 게 또 있을까.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시간일 터. 그러나 오래 앉아 있다고 그만큼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게 공부. 얼마나 오래 하느냐보다 얼마나 몰두하느냐가 공부의 효율을 좌우한다는 건 상식이지만 이를 실천하는 개인간 차이에 따라 학교 성적도, 상급학교 진학도, 사회적 성공도 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은 뭘까. 더 나은 성취를 쌓아가는 학생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경북대 의과대 록그룹 '메디컬 사운드(Medical Sound)' 멤버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토요일인 지난 5일 오후 8시 경북대. 일주일의 피로를 안고 잠이 드는 캠퍼스 한쪽에선 분초가 아까워 잠들지 못하는 젊음들이 뜨거운 땀을 쏟아내고 있었다.
장마로 눅눅한 지하 연습실, 정기공연도 지난달 치렀다는데 연주는 진지했다.
강렬한 음향, 터질 것 같은 목소리, 신들린 듯한 몸짓, 저들이 과연 공부에 눌려 산다는 의학도들인가 싶을 정도로 색다른 모습이었다.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협군은 본과 2학년생. 공부가 바빠 활동을 거의 않고 있지만 연습실엔 가끔 들른다.
"기말시험이 일주일쯤 남아 한창 바쁠 때지만 후배들의 연주라도 한바탕 듣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립니다.
시간 관리 면에서 보면 손해인 듯 싶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선 결코 밑지는 게 아니죠".
고교 시절엔 공부를 어떻게 했냐고 물었더니 "그땐 시간이 더 많았죠"라며 싱긋 웃었다.
"꽉 짜인 시간 속에서 여유를 찾는 게 오히려 쉽습니다.
쉬는 시간, 식사 시간에 얼마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었죠. 피로할 땐 안정감을 주는 발라드나 잔잔한 음악을 듣고, 괴롭고 짜증날 땐 방문을 닫아걸고 악을 쓰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잠시 그러고 나면 공부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리드 기타를 맡은 문종원(본과1년)군이 나섰다.
"전 중3 겨울방학 때 통기타를 배웠는데요. 고교 들어서도 공부 중간중간에 음악을 듣고, 주말에 기타를 치고, 방학땐 열심히 연습하는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공부에 집중이 안 될 때 음악을 들으면 처음엔 효율이 떨어지지만 시간이 갈수록 음악이 안 들리죠".
드러머 최원덕(예과2년)군이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전 공부할 때 아예 음악 생각도 안 해요. 악기를 잡지 않을 때만 음악에 몰두하는 거죠. 공부도 음악도 완전히 집중할 때만 효과가 있잖아요".
키보드 출신이면서 그룹 총무를 맡고 있는 박소연(본과2년)양에게 여학생들의 경우를 물었다.
"고교 때 보면 선생님들이 여학생은 남학생에 비해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데 효율은 떨어진다고 말씀들 하셨는데 비교적 맞는 얘기예요. 하지만 공부가 어느 정도 되려면 여자든 남자든 집중력이 높아야 하죠".
베이스 기타에 흠뻑 젖어 있던 김성욱(예과2년)군이 대뜸 "놀 때 잘 놀아야 공부도 잘 해요"라며 끼어들었다.
"공부할 땐 공부에 푹 빠지고 놀 땐 확실히 책을 덮어야죠. 그 경계선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는 게 문젠데, 그때그때는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게 모여 큰 차이가 됩니다.
경계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인내하고 결심하는 과정이 곧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막니를 뺐더니 목소리가 시원찮다며 투덜대는 보컬 김동호(예과2년)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 재수할 때 여름철엔 정말 신경질이 많이 났는데 음악으로 풀었습니다.
공부가 이성적이라면 음악은 감성적이죠. 누구든 취미와 공부를 잘만 조화시키면 상승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관건은 자기를 조절하는 힘, 취미가 공부를 해치지 않도록 인내하는 노력이죠".
김동협군이 거들고 나섰다.
"운동이든, 게임이든, 음악이든, 취미를 가지는 건 공부에 도움이 되지만 그만큼 부지런해져야 하고 시간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전에 모교에 찾아가 후배들을 만나봤는데 너무 공부에만 찌들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공부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잘 풀어야 공부도 제대로 됩니다.
어른들도 공부하라고 닦달만 할 게 아니라 이런 점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메디컬 사운드'에겐 그들만의 소리가 있는 듯 싶었다.
음악에 문외한인 기자에게도 '빠져듦'이라는 강한 울림이 한참 동안 느껴졌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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