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충해 극성·낙과 피해도 속출 장맛비에 농민들 '시름'

오랜 장맛비로 복숭아, 자두 등 과수를 비롯한 참깨·고추·잎담배 등 지역 특산물에 각종 병충해가 극성을 부리는가 하면 열과·낙과 피해에다 상품성마저 떨어져 지루한 장마만큼이나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청도지역의 경우 복숭아 수량 감소와 상품성 저하로 소득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복숭아 결실이 나빠 작황이 부진한 가운데 장마가 일찍 찾아와 잿빚무늬병 등 각종 병충해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조·중생종의 경우 생산량이 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천500평의 밭에 복숭아를 재배하는 김수홍(57·청도군 각남면 칠성리)씨는 "지난해 200상자(10kg)를 수확했던 조생종 복숭아가 올해는 절반밖에 안된다"며 "7월말 수확하는 중생종도 열매가 익으면서 떨어지는 잿빚무늬병과 낙엽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또한 당도가 낮아 소비가 줄어들면서 청도군내 청과물공판장에 경매되는 복숭아 경매가격도 바닥세를 보여 이중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청도지역의 복숭아 소득은 300억원대로 장마가 길어질 경우 8월에 수확하는 만생종 복숭아도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천지역의 복숭아와 자두농사도 피해가 크다.

복숭아 주산지인 대창면은 지금까지 계속 내린 비로 열과·낙과 피해가 겹친 데다 흰가루곰팡이병·세균성 구멍병 등 병해충마저 극성을 부려 수확기에 접어든 조생종 복숭아농사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1천500평에 조생종 천도(썬프레)복숭아를 심은 대창농협장 엄홍식(55)씨는 "작년에는 200상자 이상 수확했으나 올해는 100상자도 수확 못했다"며 "그나마 대부분 열과·낙과피해를 입어 상품성도 크게 떨어진다"고 울상을 지었다.

대창면 구지리 복숭아재배농 최모(60)씨는 흰가루곰팡이병이 번져 올해 복숭아농사를 폐농했다.

대창농협 관계자는 "대창면내 올 복숭아 수확량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과실의 당도 등 상품성도 크게 떨어져 털복숭아 10kg 한상자 산지가격이 2만4천원으로 작년보다 상자당 3천원 이상 하락했다"고 밝혔다.

군위지역에는 참깨 잎마름병과 고추역병의 전염이 확산되고 있으나 속수무책이다.

예년에 비해 많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토양유기물 함량이 부족하고 채광과 통풍이 원활하지 못해 병균이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 따라서 고추·참깨 잎에 부정형의 검붉은 반점이 나타났다가 비가 개면 대부분 잎이 시들거나 뿌리가 썩고 성장이 멈추면서 말라죽는 현상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박수환(57·군위군 효령면)씨는 "비 때문에 올 농사는 망쳤다"고 했고, 정재순(61·여·〃)씨도 "고추 역병이 시작된 후 농약 방제를 수없이 했지만 효과가 없어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손두학 군위군 경제작물담당은 "토양유기물 등 영양분이 부족해 지력이 약해지는 것이 모든 병의 원인"이라며 "풀베기 등으로 지력을 증진시키고 비 갠 틈을 이용해 약제를 살포하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했다.

영양지역의 잎담배도 수확이 시작됐으나 병충해 발생이 크게 늘어나면서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

농가에 따르면 봄부터 수확기인 지금껏 내린 잦은비로 생리적반점과 적성병 등이 크게 늘났다는 것. 특히 햇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웃자란 잎담배가 많아 품질 저하도 크게 우려된다는 것이다.

엽연초생산조합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10% 정도 감수가 예상돼 농가소득도 그만큼 줄어들 전망"이라며 "장마 사이사이에 살균제를 살포해 막바지까지 병충해를 막아 줄 것"을 당부했다.

최봉국·장영화·서종일·정창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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