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벼랑길에서 버스가 굴러 떨어졌다.
마침 밭에서 일하던 농부가 사상자중에서 우선 살아있는 사람들만 골라 길 위로 구조해 냈다.
한참뒤 도착한 경찰이 농부에게 물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 죽었습니까". 농부가 대답했다.
"그 중 한명이 자기도 살아있으니 구해달라고 하던데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국회의원이라고 하길래 죽은 걸로 알고 그냥 두고 왔지요". 경찰이 놀라서 되물었다.
"아니, 살아있다고 하는데 왜 죽은 걸로 했소".
농부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정치인들 말은 통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낡은 '개그'를 새삼 꺼내본 것은 최근 여당 대표의 대선자금 공개.파문을 보면서 도무지 정치판에서 오가는 말들은 어디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그리고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 중 어느 말을 더 믿어야 될지 그야말로 그 농부의 능청처럼 통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다.
'돼지 저금통' 이미지를 업고 등장한 노 정권과 여당으로서는 지난 대선자금이 150억원이냐 200억원이냐의 차이와 의미는 단순한 돈 액수의 논란을 떠나 정치적 파장과 정권의 도덕성에서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지난 3월 대선자금을 총괄했다는 여당 사무총장이 돼지저금통 성금을 합쳐 120억원이라고 밝혔다가 당 대표가 돼지저금통 모금을 빼고도 200억원이라고 발표하자 140억~150억원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자 이번엔 200억원이라던 당 대표가 140억~150억원이 맞는것 같다며 한나절도 안돼 첫번째 말을 뒤집었다.
우리는 무슨 게이트다, 로비다, 수십억짜리 비리들이 터질때마다 정치권 관련자들이 첫번째 한 말과 두번째 하는 말을 다르게 바꾸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그래서 비슷한 사건들이 터지면 가끔씩 이런 의문을 가지곤 했었다.
인간이 하나의 진실을 두고 처음 한 말과 두번째 하는 말 중 어느 말이 더 거짓말에 가까운가. 편견에 의한 오해가 있을까봐 어느 저명한 정신과 전문인사인 S씨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앞말과 뒷말의 신뢰도에 대한 그 분의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짧게 옮겨 보면 이렇다.
인간의 인식(의식) 세계는 '의식'과 '전(前)의식' 그리고 잠재의식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의식세계는 현재의 인식상태고 전 의식은 지나간 일을 상당한 주의를 집중시켜 기억해 내야만 사실을 인식해 낼 수 있는 의식세계다.
잠재의식은 그보다 더 밑바닥에 있는 의식.
따라서 갑작스레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답하는 말이나 불쑥 내뱉은 첫마디는 전 의식이나 잠재의식 속의 의식이 나타나는 경우로 의식적인 조작의 틈이 거의 끼어들지 않는다.
그러나 첫번째 말 때문에 말썽스런 상황이 생기거나 그말이 해서는 안될 말임을 의식하게 됐을때는 현재의 '의식'에 의한 변조 단계를 거치게 된다는 것.
결국 말을 바꾼 두번째 말이 첫번째 불쑥 뱉은 말보다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본다.
이런 증명은 '꿈의 분석'에서도 증명된다고 한다.
새벽 2시에 꾼 꿈 내용을 기록해둔 뒤 다시 잠들어 4시에 깨어보면 2시에 기록했던 꿈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고 4시에 꾼 꿈의 내용은 2시에 꾼 꿈의 기록과 줄거리는 같아도 상황은 다르게 변조된 꿈으로 나타난다.
그분의 정신분석적 해석이 크게 틀리지 않는다면 이번 여당대표의 대선자금 액수 해명에서 첫번째 말과 두번째 말 중 어느 말이 거짓말일것인가는 쉽게 추측이 된다.
이미 우리 정치판에서의 말들은 신뢰성의 순도가 떨어진 지 오래고 대다수 국민들은 갈수록 정치인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 앉아 있을 정도로 정치적 감각과 분별력을 갖춰가고 있다.
그런 감각과 능력은 어디서 길러졌을까. 언제나 그랬듯이 떠도는 시중의 소문들은 정치권의 끈질긴 부정(否定)과 변명의 공작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때가 지나면 소문대로 맞아 떨어졌다.
그러니까 국민들로서는 정치인들의 허우대 보다는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까 라는 속담쪽에 더 솔깃해지고 소문의 꼬투리를 용케 잘 찾아 내주는 언론쪽을 더 쳐다보려한다.
검찰조차 특(特)자 붙인 특별검사가 나서야만 위선과 거짓의 껍질이 한꺼풀이나마 더 벗겨지고 그것조차 결정적인 치부가 마지막 모습을 드러내려는 순간에는 특검의 판을 걷어버리는 정치만능의 풍토 속에 '농부의 개그' 같은 불신이 생겨나는 것이다.
더욱이 검찰소환 거부니 '추가 폭로설' 같은 '다툼과 음모'의 그림자를 드리울수록 점점 더 국민들 가슴에는 의심과 불신만 키워간다.
굿모닝 게이트로 떼돈 먹은 사람들은 매일 아침이 상쾌한 '굿모닝'일지 몰라도 불경기와 썩은 정치에 넌더리가 난 국민들의 아침은 힘겹고 우울한 '노, 굿모닝!'(No GoodMorning)임을 왜 깨닫지 못하는걸까.
이제 여당과 청와대는 양치기 소년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200억원설의 진실을 선명하게 밝히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정말 깨끗한 정부의 신뢰와 이미지로 국민들 가슴에 농부의 개그 같은 불신을 씻어 내주고 매일 아침 국민들에게 자신있게 굿모닝하고 인사 할 수 있는 멋진 정부가 되기를 당부한다.
김정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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