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유권자 꿔주기'

최근 내년 봄에 있을 제17대 총선을 위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 여야 의원 57명이 인근 선거구의 일부지역을 합해서 선거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 데 따른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아니라 일방적인 비난이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 따라 아직도 비난 여론이 활화산처럼 일고 있지만 개정안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행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위법한 내용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법률안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라고 무작정 몰아 붙일 일만은 아닌듯하다.

현실상황에 맞게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국회 본연의 임무임을 감안한다면 동 개정안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현행 선거법 제25조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구는 다른 시군구의 일부 지역을 덧붙여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선거구 중 경기도 강화의 경우 인구가 부족하여 인천 서구의 검단동을 편입하면서 인천 서구.강화 을 선거구(서구 34만명, 강화군 6만8천명)로 되었고, 부산 강서구의 경우 역시 부산 북구의 금곡동, 화명동, 덕천2동을 포함하여 북구.강서구 을 선거구(북구 30만8천명, 강서구 6만명)가 되었으며, 해운대.기장을 선거구(해운대구 40만명, 기장군 7만6천명)는 기장군의 인구가 부족하여 부산 해운대구의 좌동, 송정동 일부를 포함시켰다.

이런 사례는 현행 선거법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선거법 제25조 제1항의 '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하여 다른 국회의원 선거구에 속하게 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헌법적 요청이 아니므로 부득이한 경우에는 선거권 평등이라는 헌법적 요청 앞에서는 양보되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강화군, 기장군, 부산 강서구 등이 다른 행정구역의 일부를 분할하여 선거구를 구성한 것은 합헌이라고 2001년 10월 25일 선언한 바 있다.

이와 같이 헌법재판소의 판례 및 현행 선거구 획정 사례와 현행법간의 상치되는 면이 있으므로 이를 바로잡기 위한 선거법 개정안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만일 현행 선거법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한다고 한다면 어떤 지역의 경우 선거구 획정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선거법 개정의 경우 이해 당사자인 국회의원이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그 의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 쉽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도록 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것도 국회의 일이다.

선거구 획정에서 표의 등가성과 지역대표성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표의 등가성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도농간 인구격차로 인한 지역대표성 부족의 문제에 대해서는 상호간 절충을 통해 각각의 정신이 훼손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최소한 이런 문제점들이 위법이 되지는 않도록 근거를 마련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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