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창호 전 갑을회장 구속과 모럴해저드

박창호 전 갑을그룹 회장이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사건을 계기로 일부 기업인들의 '비도덕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특히 박 전 회장을 비롯 장수홍 전 청구 회장, 이순목 전 우방 회장 등 한 때 대구를 대표했던 기업인들이 사법처리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아 대구.경북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들 외에도 부도를 내고 공직에 버티고 있거나, 재산을 은닉하고 특권층의 생활을 계속하는 등 내로라하면서 살아가는 기업주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분식회계'를 통한 비리 난무

검찰이 밝힌 박 전 회장의 혐의는 사기와 배임. 비리 기업주들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수법인 회사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마구잡이로 돈을 빌리거나, 상환능력이 없는 부실한 계열사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박 전 회장을 사법처리하게 된 것은 지난 2월 예금보험공사의 수사 의뢰가 계기가 됐다.

부실채무기업 전 경영주들의 비리를 조사했던 예보는 당시 박 전 회장이 1995~1997 회계연도 중 매출액 과다계상 등의 방법으로 당기 순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분식된 재무제표를 이용,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차입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그 중 상환하지 못해 금융회사에 손해를 끼친 금액이 4천859억원(차입금 4천104억원, 회사채 973억원)이라고 예보는 지적했다.

예보는 또 박 전 회장이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자기자본이 완전 잠식되는 등 지급능력을 상실한 계열사에 별도의 채권보전 조치 없이 2천618억원을 빌려줘 회사에 손실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전 우방 회장에 대해서도 지난 2월 예보는 1995~1996 회계연도 중 분식된 제무제표를 이용,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상환하지 못해 금융회사에 309억원(차입금 178억원, 회사채 131억원)의 손해를 초래했다고 공개했다.

또 장 전 청구 회장은 1996~98년 주택조합 외 2곳의 건설현장에 대해 조합원 이주 및 사업비 대여금 명목으로 233억원을 대여한 것으로 장부를 조작, 이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예보에 적발됐었다.

△비리 기업주 '처벌시스템' 정립해야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잘 산다'는 잘못된 풍조가 완전히 근절되지 않은 것이 비리 기업주를 양산(?)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온갖 수법을 동원, 비리를 저지르는 기업주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이들 비리 기업주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대구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가 난 후 '피눈물'을 흘린 대구 시민이 수십만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부 부실기업 전 경영주들은 특권층의 생활을 계속 향유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도덕적 해이에 빠진 기업인들이 적지 않아 화의에서 벗어난 한 기업은 골프장 건설을 시도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기업이 부도난 기업인 중에는 경제단체장으로 버젓이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지역 기업가들 중에는 고의부도 의심이 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일부 전 경영주들의 비리로 인해 선비정신이 살아 있는 지역의 이미지를 흐리게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인들의 '모럴 해저드'를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윤종화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기업 부실에 대한 책임을 기업주에게 끝까지 지우는 사회분위기가 하루 빨리 정립돼야 한다"며 "기업인 스스로도 도덕성을 갖추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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