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선생이 이조판서로 있을때 이순신의 이름 석자를 듣고 서애(西厓) 유성룡을 통해 보기를 청했다.
둘다 덕수(德水) 이씨로 율곡이 이순신의 먼 조카뻘이다.
서애가 장군에게 "한번 만나보라"고 권하자 순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서로 동성(同姓)이라 만나볼 만도 하나 그가 이조 판서로 있는 동안에 만나 보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의 강직한 성품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는 효자였다.
"아침에 흰머리털을 여러 오라기 뽑았다.
내 흰머리가 무에 어떠랴만 다만 위로 늙으신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1593년 6월 어느날의 난중일기다
1598년 11월 노량해전에서 왜적의 총탄을 맞고 장렬한 최후를 맞았을때 그의 이 한마디는 장군으로서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난다.
'전방급 신물언아사(戰方急 愼勿言我死)'-책에는 이렇게 한문으로 전하지만 실제론 이렇게 말씀하셨을 터이다.
"지금 싸움이 한창 급한데, 부디 나의 죽음을 말하지 말라".
▲인사철이 닥칠때마다 신문의 '프로필' 난엔 상투적인 말이 등장한다.
바로 '요직을 두루 거친…'이란 표현이다.
군지휘관들의 이동때 보면 낯간지러울 정도로 덕담이 질펀하다.
선이 굵고 호탕, 전형적인 무골, 추상같지만 장병들에겐 아버지 같은, 기획력 뛰어난 학구파 등등의 미사여구가 그것이다.
구태여 구분하면 용장(勇將)과 지장(智將), 덕장(德將)의 다른 표현이다.
▲이라크전을 승리로 이끈 '토미 R 프랭크스' 미국 중부군 사령관이 미련없이 전역을 선언, 곧 퇴임식을 갖는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의 '아름다운 퇴장'은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제의한 육군 참모총장 자리를 고사했대서가 아니다.
귀국 후 자신을 영웅시 하려는 국내분위기를 거부한 그는 "모든 공은 참전용사들과 통수권자의 몫"이란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어 프랭크스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결혼식 날 아내에게 '때가 오면 군복을 벗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가장 기쁘다"고 했다.
이 말이 미국민을 감동시킨 것이다.
▲대한민국의 별들이 시끄럽다.
소장(少將)이란 사람이 국방회관 수익금 수천만원을 횡령하질 않나, 진급청탁에 5천만원씩 챙겨먹는 준장이 없나, 더구나 육군참모총장을 지내신 분이 군(軍)공사와 관련해 1천만원 뇌물수수 혐의를 받지 않나, 도대체 별보기가 부끄럽다.
써 준 '프로필'이 아깝다.
더구나 오늘 아침신문에, 조영길 국방장관이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된 국방회관 비리 관련자들에게 '지휘관 확인 조치권'이란 특권을 발동, 이들의 형량을 절반으로 깎아줬다니 국민의 눈길이 고울 리가 없다.
우리에게 '프랭크스'가 없는 이유, 우리 아이들이 존경할만한 장군으로 400년전의 이순신만을 꼽게 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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