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충남 서천 춘장대

본격 휴가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맘때쯤이면 아무리 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 푸른 바닷물에 몸을 푹 담글 수 있는 바다를 피서지 후보 1순위로 꼽기 마련. 그렇지만 단순히 해수욕만 하고 돌아오기엔 아쉬움이 없지 않다.

해수욕도 하면서 다른 재미까지 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면 충남 서천 춘장대로 차머리를 돌려볼 일이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싫증날 땐 바다의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개펄체험'까지 가능하다.

충남 서천군 도둔리에 있는 춘장대는 해안선 길이 1.5㎞의 조그마한 해수욕장. 서해안이지만 동해안 못지 않게 물이 맑다.

경사가 심한 동해안 해수욕장과는 달리 백사장 경사는 완만하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도 물이 허리까지밖에 차지 않는다.

파도가 거세지 않은 날은 어린 아이들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도록 나둬도 사고가 날 가능성은 없다.

흰 포말을 일으키며 천천히 밀려왔다 '사르르' 소리를 내며 물러나는 바닷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까지 차분해진다.

사유지여서 상인들이 그늘을 선점하고 있긴 해도 해안에 병풍처럼 서 있는 울창한 해송도 춘장대 명물 중의 하나. 수령이 100년은 족히 됨직한 소나무가 집단시설지구 군데군데 숲을 이루고 있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소나무 향기와 어우러져 코 끝에 감미롭게 와 닿는다.

---병풍 펴 놓은 듯 울창한 해송

평균 폭 120m인 백사장은 족구나 축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

힘을 줘 밟아도 발이 잘 빠지지 않는다.

진흙인지 모래인지 구분이 안될 만큼 가는 모래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간만의 차가 가장 심한 한사리 만조 때는 백사장이 거의 물 속에 잠기기도 하지만 이때도 해수욕은 가능하다.

무한한 바다의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개펄체험은 간만의 차가 많을 때가 더 좋다.

바닷물이 육지 쪽으로 많이 들어올수록 바다 쪽으로 멀리 빠지기 때문. 보통 음력으로 그믐 직후나 보름 직후가 간만의 차가 심한데 이 해수욕장에서 가장 가까운 자연부락인 속칭 '요치마을' 이장 김진표씨는 한사리 간조 때는 드러나는 개펄 폭이 500m 이상으로 넓어진다고 말한다.

하루 중에도 물이 많을 때와 적을 때의 개펄 면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개펄체험까지 하려면 당일치기 여행의 경우 물때를 사전에 파악해 도착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최근 몇 년 사이 찾는 이가 크게 늘어 생명체 개체 수가 줄었지만 춘장대해수욕장 개펄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물이 갓 빠진 개펄에는 작은 게에서부터 갯지렁이까지 작지만 소중한 생명체들이 꿈틀댄다.

---고둥·게…개펄체험

인기척에 놀라 갑자기 움직이는 고둥 속에는 십중팔구 작은 게가 주인처럼 버티고 있다.

스스로 고둥을 잡아먹고 들어갔는지, 이미 죽어 있는 고동을 몸을 숨기는 장소로 이용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작은 게들은 죽은 고둥을 집삼아 이고 다닌다.

개펄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바지락이 몸을 움츠리며 입을 다물면 '작은 분수'가 생긴다.

적은 양의 물이 갑자기 솟구치는 곳의 개흙 속엔 어김없이 바지락이 자리하고 있다.

대나무 껍질처럼 껍데기가 푸르스름하고 어른 손가락처럼 길쭉하게 생긴 모양의 맛조개는 잡는 방법도 생긴 것만큼 특이하다.

삽으로 개흙을 얇게 걷어낸 뒤에 숭숭 뚫린 구멍에 소금을 살짝 뿌리면 염분 농도차에 놀라 맛조개가 구멍 밖으로 쏙 몸을 내민다.

그때 어린 무를 뽑듯이 살짝 잡아당기면 된다.

하지만 서둘러야 한다.

집이 아주 깊어 한번 놓치면 다시는 구경하기 힘들다.

이런 개펄체험은 생명체 개체 수가 춘장대해수욕장보다 훨씬 많은 월하성 어촌체험마을에 가면 더 신나게 즐길 수 있다.

춘장대해수욕장에서 차로 7, 8분 거리에 있는 월하성 어촌마을은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개펄체험지를 운영하는 곳. 때문에 어른 3천원, 어린이 1천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삽 대여료는 1천원. 맛조개 잡는 데 필요한 소금도 PET병에 넣어 판매한다.

가격은 큰 것이 2천원, 작은 것은 1천원이다.

---재래시장·해양박물관 구경

춘장대해수욕장엔 서천군이 추진하는 개발사업이 한창 진행중이어서 주차장과 화장실을 제외한 시설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 때문에 샤워장과 야영지 등 피서객에게 필요한 편의시설은 대부분 개인에 의해 운영된다.

샤워비는 1천500원 정도이며, 개인 소유 송림에 텐트를 치려면 하룻밤에 1만5천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그늘막을 친 평상 이용료도 피서 절정기에는 3만원 안팎을 생각해야 한다.

주변에 여관과 민박집 등 30여개의 숙박업소가 있으며 이용료는 4인가족 이용할 수 있는 방 기준으로 평일 3만~5만원, 주말에는 5만~8만원 정도다.

해수욕장 입장료는 없다.

한편 삼성여행사(053-431-3000)는 동대구역과 공동으로 당일 일정으로 춘장대와 서천재래시장, 서천해양박물관 등을 돌아오는 관광전용열차를 내달 12, 13, 14일 운행한다.

글·사진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비룡분기점에서 진주·무주 방면으로 빠져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다 산내분기점서 다시 광주로 가는 호남고속도로로 갈아탄다.

논산IC에서 내려 강경을 거쳐 서천군청 소재지에 도착한 뒤 홍성·보령 방면 21번 국도를 타면 춘장대 이정표가 보인다.

대구서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서천군내에는 과속 단속 무인카메라가 촘촘히 있으므로 가능한 한 제한속도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는 길에 한산모시관에 들르면 매표소에 근무하는 이권식씨(46·011-9800-1978)가 직접 제작한 서천군 관내 약도를 내주며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준다.

▲주변 가볼만한 곳=모시의 생산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는 한산모시관(041-950-4226)이 춘장대 가는 길목에 있고, 희귀 조개류와 살아있는 철갑상어 등 희귀 해양생물 15만여점을 모아 전시해놓고 있는 서천해양박물관(041-952-0020), 이리저리 가지를 벌린 수령 500년의 동백나무 밑으로 오솔길이 나 있고 겨울철에는 같은 자리에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마량리 동백나무숲, 역사는 없이 간이 매표소만 달랑 있는 모습이 이채로운 춘장대역 등이 바로 인근에 있다.

▲먹을 만한 집=봄에는 주꾸미 요리, 가을에는 전어 요리가 유명한 곳이 서천이지만 여름에는 특별한 음식이 없다.

춘장대 가는 길목에 있는 서면사무소 소재지 대성식당(041-952-4469)에서는 봄에 다듬어서 말린 뒤 냉동실에 저장한 쫄복(비일복)을 이용한 쫄복탕을 전문으로 한다.

냉동된 쫄복을 24시간 물에 불렸다가 다시 24시간 냉동시킨 뒤 각종 야채와 양념을 넣어 끓여, 쫄깃쫄깃한 복어의 육질과 함께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을 즐길 수 있다.

1인분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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