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봄과 가을이 없어졌다.
사계절이 분명하고, 겨울이면 삼한사온이 뚜렷했던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모르겠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자들이나 그 쪽 단체 사람들은 진작부터 이런 현상을 아열대화라고 우려하고 있다.
겨울추위는 발달된 난방화로 인해 잘 모르겠는데, 여름철 더위는 냉방시설이 상당히 잘 되어 있는데도 예전보다 훨씬 심한 것 같이 느껴진다.
뿐만 아니다.
체감되는 여름과 겨울의 길이가 반반쯤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여름이면 무더위와의 싸움은 피할 수가 없다.
어쩌면 우리민족과 여름과 부채는 떼어 놓을래야 떼어 놓을 수 없는 그 무슨 필연적 관계가 있는 듯싶다.
우리나라 여름 날씨가 고온다습하기 때문일 터이다.
하긴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실내에 있거나 차를 타면 계절을 느낄 수가 없다
그만치 가는 곳마다 냉방이 잘 되어 있다.
또, 살기들이 좋아져 수영장이다, 바다다, 산이다 하여 피서 공간도 얼마든지 개발되어 있다.
때문에 실제 더위를 느끼는 정도는 옛날과는 비교할 정도가 아니다.
한데 나이 탓일까? 여름만 되면 전에 없이 부채 생각이 간절하다.
때문에 자신도 몰래 그 동안 쳐 박아 놓았던 부채를 찾아내어 먼지를 털고 여름 맞이를 한다.
3천여 년 전에 조성된 이집트 투탄카멘 왕의 피라미드에서 황금 손잡이에 타조 깃을 한 부채가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부채의 기원은 이처럼 오래 되었다.
선풍기다, 에어컨이다 하여 첨단 냉방 기기가 요즘처럼 잘 발달되어 있는 때에 웬 부채타령이냐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비단 부채가 바람을 일으키는 데만 쓰여 지는 것이 아니라는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부채는 창을 할 적에도 쓰이고 얼굴을 가리는데도 쓰인다.
그런가 하면 햇빛 가림, 깔개, 호신용, 무엇을 가리킬 때 등, 그 쓰임새가 참 많다.
또한, 부채는 수묵화를 그리거나 일필휘지 글씨를 쓰는데도 이용되어 왔다.
말이 난 김에 올 여름에는 부채에 그림이나 글씨를 받아 쥐고 산 따라 물 따라 주유천하 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 여름이 얼마나 행복할까?
김영길 (영진전문대교수 디지털 전기정보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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