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트밀라노 '수정안'쟁점과 과제-신기술 개발사업 축소 논란

대구시와 포스트밀라노 각 주관기관은 하드웨어 사업들을 대폭 삭제하고 업체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포스트 밀라노의 밑그림을 다시 짰다.

그러나 일부 사업 경우 주관기관과 시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사업 추진에 적잖은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각 사업마다 명확한 사업 목표와 효과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사업 성과에 따라 예산을 조절할 수 있는 구체적 검증 장치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학계, 업계 등 지역 섬유인들은 포스트밀라노는 대구 섬유산업의 백년대계라며 최종 예산 조정 작업에 앞서 지역 섬유인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동시에 여론 수렴과정과 공개토의 등을 거쳐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쟁점

포스트밀라노 각 주관기관과 대구시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은 동성로 패션스트리트 정비(244억원)와 한국섬유박물관 건립(700억원)이다.

패션 스트리트 정비 사업의 핵심은 신규 건물을 건립해 배전함을 옮기고 동성로를 젊은 층의 패션문화 및 신문화를 선도하는 거리로 만든다는 것. 시는 신규 건물에 패션벤처타운을 조성해 어패럴 분야의 포스트 인큐베이터로 육성할 계획이다.

섬유박물관은 대구를 섬유·패션도시로 재인식시키고 지역 경제의 중추산업으로 육성해 대구 섬유산업의 전통과 뿌리를 발굴하고, 21세기 섬유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사업. 시는 패션어패럴밸리내에 섬유박물관을 건립해 세계적 화섬 직물 메카로서의 상징적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각 주관기관들은 하드웨어적 성격이 강한 이들 사업 경우 밀라노프로젝트에서 구축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활성화한다는 포스트밀라노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다며 사업 추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예산을 프로젝트 추진기관에 고루 분배해 신기술개발 등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하드웨어 사업이라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최소한의 인프라 구축을 통해 대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포스트밀라노 수정안과 관련한 또 하나의 쟁점은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관기관이 예산 규모를 놓고 대구시와 충돌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3개 사업 총 610억원의 예산을 제출한 염색기술연구소 경우 대구시의 400억원 축소 방침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고 봉제기술센터는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렵게 됐다.

256억원에서 50억원으로 예산이 축소된 봉제기술센터는 당초 패션어패럴 밸리에 건물을 신축해 연구소로 규모를 늘리고 밸리에 입주하는 봉제공장들을 대상으로 각종 표준화시범공장 설치 및 관련 기술 지도 등을 담당할 예정이었지만 예산 삭감 규모가 너무 커 기술 지도에만 주력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구시는 봉제 육성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주관기관의 하드웨어 사업은 지원할 수 없다는 산자부 방침에 따라 건축비, 운영비 등을 모두 시가 감당해야 해 사업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281억원에서 75억원으로 예산이 삭감된 대구·경북 견직물조합과 375억원에서 150억으로 축소된 한국섬유기계연구소도 정상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앞으로의 과제

대구시와 포스트밀라노 각 주관기관에 따르면 정부가 생각하는 포스트밀라노의 핵심 추진 방향은 선택과 집중, 기술개발 주체로서의 혁신역량 강화다.

직물, 염색 중심의 대구 섬유산업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한편 각 주관기관들은 실현 가능한 연구과제들을 중심으로 기술개발 능력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상대적 예산 삭감 폭이 큰 봉제, 마케팅, 섬유기계 등 일부 섬유 분야 경우 사업 추진의 대 전환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대해 지역 섬유 업계는 "당장의 사업 성과와 함께 100년뒤의 대구 섬유산업을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도 필요하다"며 "최종 예산 조정 작업에 앞서 여론 수렴 과정과 공개 토의 등을 거쳐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하려는 정부 및 대구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또 포스트밀라노 수정안을 1차 기획안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했지만 구체적 사업 내용과 관련해선 밀라노프로젝트에 비해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및 세계시장이 어느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향후 시장 가능성을 예측한 뒤 이에 따라 특정 기술개발에 돌입해야 충분한 부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수정안상의 각 과제는 밀라노프로젝트때와 마찬가지로 이같은 치밀한 시장 분석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밀라노프로젝트 경우 각 주관기관별 기술 개발은 잇따랐지만 실용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업체들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절실하다고 했다.

정부 및 대구시는 이같은 업계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산업평가연구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모든 연구개발과제는 평가원의 검증을 반드시 거치도록 해 사업 성과가 부진할 경우 예산 축소 등의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

대구시 관계자는 "포스트밀라노 예산으로 300억원 규모의 별도 R&D 자금을 조성한 뒤 포스트주관기관은 물론 지역 각종 연구소 및 대학이 사업안을 제출하면 가장 사업성이 뛰어난 기관에 예산을 우선 배정할 계획"이라며 "포스트밀라노 시대는 밀라노프로젝트때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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