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뇌물賞'

고대 중국 한(漢)대에는 '도행비(導行費)'란 뇌물이 있었다 한다.

여러 속국들이 공물(貢物)을 바칠 때 먼저 중간기관에 뇌물을 바쳐야 했는데 이를 인도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었다.

조선 시대에도 '뇌물'을 일컫는 '인정돈'이란 속어가 있었던 모양이다.

공물을 바치면서도 인정돈이 있어야 했다는 기록이 보이지만, 공직 기강이 해이할 때 고개를 들었던 현상이다.

'그러므로 속담에 진상(進上)은 꿰미에 꿰고 인정돈은 말바리에 가득하다고 했다'. '성호(星湖)사설'에는 이 같이 당시 공물보다도 인정돈이 되레 많았던 세태를 꼬집고 있는 대목이 들어 있다.

▲'관리가 서울에 와 대신에게 은 1천냥을 뇌물로 바쳤다면 지방에서는 백성의 돈 수만냥을 착취했을 것이요, 무관(武官)이 대신에게 은 1만냥을 뇌물로 바쳤다면 외방(外方)에서는 군사의 고혈을 착취한 것이 수만냥일 것입니다'. 명(明)나라 사람 곽도가 남긴 '뇌물론'으로 이 명론이 아득한 옛날 다른 나라 문제이기만 한가. 도행비로 기틀을 잃게 됐던 한(漢)나라 고사를 새삼 음미해보지 않을 수 없다.

▲돈 때문에 우리 사회의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발명의 날' 훈·포장 수상 대가로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한국발명진흥회 간부들이 경찰에 적발돼 비난을 사고 있다.

상근 부회장 등 7명이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됐지만, 이제 안 썩은 데가 안 보일 정도니 기가 찬다.

더구나 도행비나 인정돈보다 더 적극적인 형태로 돈을 뜯는 분위기가 짙어진다면 정말 큰일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상(賞)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엔 제자에게 대신 글씨를 써 줘 공모전에 입상한 대가로 거액을 받아 챙긴 서예단체 간부와 심사위원들이 덜미잡힌 사건도 있었다.

심지어 이런 일들이 '오래된 관행'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니 '비리의 행렬'은 그 끝이 안 보인다는 말이 나올 만 하다.

이런 세태 때문에 '상을 받는 게 자랑스럽기보다 오히려 욕이 된다'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 6월 세계적인 신동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는 임동혁이 세계 최고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했으나 수상을 거부해 화제를 낳은 적이 있다.

1, 2위 입상자의 스승이 심사위원에 포함돼 있고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그랬던 셈이다.

이미 정상급에 올라 있는 피아니스트여서 콩쿠르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을는지도 모르나 이 같이 명예와 적지 않은 상금을 거절할 수 있는 용기와 고집은 돋보인다.

돈을 주거나 받으면서 안 될 것도 되게 하는 부끄러운 풍토를 정화시킬 방도는 여전히 요원하기만 할까.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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