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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교육섹션 솜씨 키우기-시 길라잡이(김동국)

매일매일 교회에서 기도로 아침을 여는 하늘순 여사와, 틈만 나면 절을 찾아 부처님께 108배를 올리는 부처순 여사가 어느 날 같은 차를 타고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차창 밖의 풍경은 거들떠보지 않고 하느님과 부처님의 키 재기로 말씨름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말씨름에 귀를 출장 보낸 기사 양반이 중앙선을 넘어 차를 몰다가 마주 오는 차를 발견하고 갑자기 핸들을 꺾으며 '끼익' 하고 급정거하였습니다.

그 위기의 순간, 두 사람의 입에서는 과연 어떤 말이 튀어나왔을까요? 확인해보나마나 "오, 부처님!"도 아니고 "아, 예수님!"도 아닌 "엄마아!"였을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엄마'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거나 강의를 듣고 '자기를 낳아 준 여성'으로 이해하고 외워서 익힌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에 생활의 때가 꼬질꼬질 묻은 말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언어학자들은 이렇게 습득한 언어를 '기층언어'로 명명하고 이 기층언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즉, 열 두 살 이전에 배우는 언어는 의식의 심층에 자리 잡고 그 사람의 생각과 느낌과 행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린 시절의 말 배우기는 인간의 시발기에서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매우 중요한 과업이 됩니다.

어린이들에게 말을 가르치는 교재로서 가장 적절한 것이 시입니다.

시는 언어의 정수로서 말의 가락이나 뜻, 느낌 등을 가장 정확하고 아름답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시를 많이 읽도록 하는 것이 말을 제대로 익히게 하는 지름길이요 왕도입니다.

초등학교 일 학년 읽기 교과서에 이런 시가 있습니다

"풍덩 엄마오리 연못 속에 풍덩/퐁당 아기오리 엄마 따라 퐁당//둥둥 엄마오리 연못 위에 둥둥/동동 아기오리 엄마 따라 동동".

이 시를 읽으며 어린이들은 '풍덩'과 '퐁당', '둥둥'과 '동동'의 차이를 스스로 느끼며 말의 감각을 효과적으로 배울 것입니다.

"가자가자 감나무/오자오자 옻나무/십리 절반 오리나무/열아홉에 스무나무/앵돌아져 앵두나무/바람 솔솔 소나무/방귀 뀌는 뽕나무/입맞췄다 쪽나무/가다 보니 가닥나무/오다 보니 오동나무/덜덜 떠는 사시나무/깔고 앉자 구기자나무".

이 전래동요를 흥겹게 읽으면서 옛날 어린이들은 우리말의 가락과 뜻을 익혔을 것입니다.

옛날 서당에서 말 배우기 입문교재로 사용한 '천자문'도 알고 보면 사언고시 250구로 구성된 한 편의 완벽한 시입니다.

김동국(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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