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걱정도 없진 않았다.
아이들이 늘 그렇듯 처음에는 온갖 애정을 쏟다가 이내 싫증이 난다고 내버려두지나 않을까, 애완동물에게 질병은 옮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머릿속을 맴돌았던 것. 특히 애완동물이 질병이나 사고로 죽기라도 한다면 아이들이 받는 상실감을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이 컸다.
"강아지도 인간처럼 소중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꾸준히 먹이도 줘야 하고 목욕도 시키고 애정을 쏟아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강조했어요. 강아지는 수명이 짧아 아이들보다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도 미리 말해줬습니다".
애완견을 기른 지 한달. 남매는 서로 강아지에게 먹이를 주겠다고 야단이지만 제법 어른스러워졌다고 박씨는 말했다.
TV나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던 아이들이 강아지와의 놀이에 빠져 멀리하게 됐다거나, 강아지가 바닥에 떨어진 이물질을 먹다 목에 걸려 '캑캑'거리는 것을 본 후로는 청소도 척척 하는 등 기특한 모습들을 자주 본다는 것.
"애정을 받기만 하던 아이들이라 자기가 돌볼 존재가 있다는 게 신기한가 봐요.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책임감도 한층 더 생긴 모습이에요. 강아지와 대화하느라 표현도 풍부해졌고, 남을 헤아리는 마음도 조금씩 길러지는 것 같아요".
애완동물 키우기는 어린이들에게 생명교육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애완동물은 대개 수명이 길지 않기 때문에 동물을 기르며 생로병사를 직접 지켜봄으로써 생명의 존엄성을 배울 수 있는 것. 또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의 심정을 헤아리려 애쓰다 보면 남을 이해하는 마음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가 졸라 애완동물을 기르게 된 많은 가정에서 결국 애완동물에 대한 양육 책임을 부모가 떠맡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제 앞가림도 쉽잖은 어린이들로서는 애완동물을 스스로의 책임으로 돌본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
따라서 애완동물을 사 줄 때는 아이에게 '사랑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책임감을 충분히 인식시켜야 한다.
애완동물의 먹이를 주고 씻기는 등의 활동을 아이에게 가르치고,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때 애완동물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는지를 설명해 주는 일도 필수적이다.
대구대 유아교육학과 정금자 교수는 "애완동물 기르기는 어린이들에게 생명의 과정을 일깨워 주는 등 정서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깊은 애정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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