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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교육섹션 부모랑 자녀랑-영어교육

자녀의 영어 교육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학부모가 많다.

특히 영어를 또래들만큼 하기는커녕 비디오 테이프, 그림책, 영어 놀이기구 등 어디에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예 속이 탄다고 한다.

괜찮다는 학원 여기저기에 끌고다녀 보기도 하고, 좋다는 교구나 잘 한다는 학습지 등을 내밀어도 요지부동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초등학교 6학년생 서모(대구 범물동)군의 경우를 보자. 서군은 벌써 4학년 때 서울 A대학 주최 초등학생 외국어 경시대회에서 대구.경북 예선 1위, 본선 동상을 탔을 만큼 영어 실력파. 그런 서군도 초등학교 1학년까지는 평범한 수준의 어린이에 불과했다고 한다.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때 부모와의 미국 여행. 그때 NBA(미국 프로농구)를 접한 서군은 귀국 후 NBA 마니아가 됐다.

처음엔 농구 용어나 선수 이름을 외우는 정도이더니, 나중엔 틈만 나면 인터넷 뉴스나 유명 선수들의 홈페이지를 찾아다니는데 시간을 꼬박 보냈다.

AFKN이나 케이블TV를 통해 중계되는 NBA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본 것은 당연한 일. 영어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 능력이 한꺼번에 급상승하는 것도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이때 서군 엄마의 역할이 중요했다.

NBA를 통해 영어 공부에 재미를 느낀 사실을 안 뒤로는 무엇을 하든 가만히 내버려둔 채 중요한 일과만 챙겨줬다고 한다.

자극을 받아 스스로 동기를 일으킨 어린이들에게 부모의 간섭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특히 공부는 하지 않고 엉뚱하게 농구 경기나 본다고 나무랐다면 실력파란 소리를 듣는 건 고사하고 영어 열등생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모가 좋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 옳다고 여기는 방법들이 자녀들에겐 고역일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관심을 유도하되 스스로 동기를 찾기 전에는 강요하지 않는 것, 어린이 영어 교육을 시작할 때 부모가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대구외국어교육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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