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항에서 시장 등 여론 주도층 중심의 포항시민들과 포스코간 관계가 크게 틀어지고 있다.
시장을 비롯한 시민들이 이처럼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가깝게는 포스코가 역사관 개관식을 하면서 시민 누구도 초청하지 않았다는데 대한 불만이지만 그 이면에는 포스코가 '몇년 걸러 한번씩' 돌출행동을 하는데 대한 제동걸기라는 측면도 있다.
◇해묵은 감정들=포항에서 '포항과 포스코(포철)'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항상 존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에는 정부를 등에 업은 포스코의 위압에 시민들은 만성적인 피해의식을 느껴야 했고, 5공 이후에는 총선과 지방선거 등 포스코 임직원들의 전사적 정치참여 내지는 지역 정서와는 다른 각도에서 정치권에 들러리서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이 화근이었다.
특히 14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무소속 허화평 후보와 민자당 이진우 후보간 대결 때는 '포항'과 '포철'의 대립이 극에 달했고, 지난 95년 초대 단체장 선거와 15대 국회선거 때도 비슷한 양상이 빚어졌다.
이후 문민정부 후반 포스코가 정치불개입 선언을 하면서 상당부분 불식되기는 했지만, 90년대 중후반까지 일반 시민들의 정서와 포스코측의 정서적 이질감은 '물과 기름' 비슷했다.
포항 시민여론과 포스코간 극단적인 갈등은 지난 99년 포스코의 시내 신사옥 건립계획 철회 때도 불거졌다.
이때도 시민들이 포스코측에 불만을 가졌던 것은 건립계획 철회 자체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짓겠다고 했다가 철회선언 역시 일방적으로 진행되면서 '시민들을 갖고 노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었다는 게 당시 반포스코 운동을 주도했던 인사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이번 사태 역시 포스코측이 사내 시설이라는 이유로 자체적으로 개관식을 가졌고, 이 과정에서 또한번 일방통행을 경험한 시민들의 감정이 폭발한, 과거 사례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측 입장=포스코측은 한결같이 '답답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돌출적인 것으로 과거사와 연관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역사관 개관식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창사 35주년 기념일인 지난 4월1일 치렀어야 하지만 유상부 전회장이 전격 퇴진하면서 모든 일정이 흐트러졌고 이번에는 검찰의 일부 임원 및 협력사에 대한 비리혐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일을 크게 벌일 형편이 못됐기 때문'이었다는 것.
다른 관계자는 '시민들과 어울리기 위해 그동안 들인 공이 얼마인데 비난받을 줄 알면서 그런 단견적인 행사를 하겠느냐'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이를 두고 포항과 포스코간 사이를 벌리려는 듯한 일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포스코측도 적잖이 섭섭해 하는 듯한 인상이다.
◇향후 추이=이번 사태는 포항의 다른 현안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함께 거론되는 것이 송도백사장 유실에 따른 주민들과의 보상협의. 시내 여론이 송도주민들 편으로 쏠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여론에 의해 결정될 사안은 아니지만 포스코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포스코 역사관은=시민들은 이를 철강박물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포항의 상징물로 철강박물관을 짓자는 논의가 많았고 이를 포항시장 등이 포스코에 전달, 건립을 요청했던 것. 이에 포스코측은 철강박물관으로 할 경우 유물수집과 보관 및 관리상의 문제 등 덤으로 올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 회사의 역사관으로 낮춰 건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역사관이라서 내부행사로 개관식을 기획했다'는 포스코측의 입장과 '지역의 상징물이 될 철강박물관 개관식에 시민 대표들을 부르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는 시내측 여론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처럼 같은 시설에 대한 시각부터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포항·박정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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