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야전기보일러 '애물단지'

한국전력이 10여년전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적극 도입했던 심야전기보일러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한전은 80년대 중반이후 심야전력 사용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왔으나 이용자수와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심야시간대 전력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골칫거리로 변했다.

심야전기보일러란 밤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남아 도는 전기를 축열장치를 통해 열로 바꿨다가 낮시간대 난방기나 온수기를 통해 사용하는 것이다.

한전은 생산 즉시 사용하지 않으면 버려야 하는 전기의 특징 때문에 80년중반 이후 대국민홍보활동을 통해 심야전기보일러 사용을 적극 권장해 왔다.

당시 신규 심야전기 보일러 설치를 신청한 가정에 대해 200만원 수준의 내.외선공사비를 면제해줘 실제 설치비는 200만원 정도에 그쳤을뿐 아니라 전기료도 주간의 대략 1/3 수준을 징수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심야전기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수가 전국 60여만가구, 포항 2천여가구로 급증하면서 안정된 전력 확보에 비상이 걸리고 말았다.

서울본점 심야전력과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각 가정의 심야계약전력 1천566만여KW가운데 50%가 실제 사용되는 점을 가정하면 기존 전력 소비량에다 7백80만KW가 추가된다"면서 "순간적인 과부하로 인해 자칫 전력 부족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2000년 여름에는 과도한 심야전력 사용으로 전력 부족 위기상황이 발생해 한전이 1년간 예방조치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최근 한전은 내.외선공사비 보조금과 대국민 홍보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저렴한 심야전기료의 경우 물가 인상 문제 때문에 당장 대폭 인상은 어렵지만 지난해 6월 31%를 인상한데 이어 향후 추가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또 겨울철 전기료는 높이는 반면 여름철 전기료를 낮추는 간접 규제로 심야전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전 포항지점 신명복 총무과장은 "전력 발전 규모는 연중 최고치에 맞춰 결정되기 때문에 심야전기 사용이 매우 부담스런 상황"이라면서 "자칫 심야전기보일러 때문에 발전소를 추가로 설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포항.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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