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걷히자 기다렸다는 듯 매미들이 일제히 합창을 해댄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다오'라는 듯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하객(夏客). 짧게는 2, 3년에서 7년, 길게는 17년 정도까지 어두운 땅 속에서 유충으로 살다 아름다운 날개를 달고 세상밖으로 나온 매미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2~4 주일 뿐. 긴 기다림에 그토록 짧은 생이라니! 그 짧은 시간에 종족번식을 하느라 저리도 치열하게 울어댄다고 한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여름이 뜨거운 것이다/매미는 아는 것이다/사랑이란, 이렇게/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뜨겁게 우는 것임을/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매미는 우는 것이다'(안도현의 시'사랑'). 멀리서 가까이서 들려오는 매미소리는 원근의 소리들이 어울려 입체적인데다 강약이 조화를 이루어 대단히 리드미컬하다.
한여름의 시골에서 그것은 자연의 심포니 그 자체다.
작렬하는 태양아래 초목과 풀벌레들까지도 지쳐 사위가 조용해진때 키다리 미루나무의 팔랑거리는 잎사귀들 사이로 들려오는 매미떼의 합창이란….
흔히 매미를 노래나 부르는 게으름뱅이 정도로 여기기도 하지만 옛시인들은 맑고 고고한 이미지로 보기도 했다.
'오월춘추(吳越春秋)'를 지은 한(漢)의 조엽(趙曄)은 '높은 나무에 붙어 맑은 이슬만 마신다'고 했고, 당(唐) 시인 이상은(李商隱)은 시 '매미(蟬)'에서 '본래 높기 때문에 배부르기는 어려워(本以高難飽)'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세태가 달라져서인가. 요즘은 매연으로 비실거리는 도심의 나무에도, 심지어 아파트 벽에까지 매미들이 찾아온다.
게다가 휘황한 불빛 때문에 밤을 낮으로 오인한 도시매미들은 잠도 자지 않고 밤낮 울어댄다.
이때문에 정다운 여름 가객(歌客)으로 환영받았던 매미가 이젠 소음의 주범으로 원망의 대상이 될 때가 많다.
도심 주택가 소음 기준치가 50~60dB, 건설현장 평균소음 60~70dB에 비해 한창 요란할 때의 매미소리는 70~80dB을 웃돈다고 하니 굉장한 소리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한적한 숲과 들판의 미루나무, 뒤란 감나무에서 사는 시골 매미는 자연의 교향악을 들려주지만 시끄러운 빌딩숲의 도시매미들은 소음에 맞서느라 더 큰 소리로 그악스럽게 울어댄다.
모든 것은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가 있음을 매미에서도 보게 된다.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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