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교서 공동창작 서양화가 3인방

'화가'라고 하면 얼핏 낭만이 있어 보이지만, 창작의 고통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무척 고달픈 직업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미대에는 남자를 찾아보기 어렵고, 졸업후에도 전업하는 화가가 손꼽을 정도다.

화가도 3D업종에 들어간다는 얘기를 그냥 웃고 넘길만한 분위기가 아닌 셈이다.

그래도 청도군 금천면 김전분교에 가면 대구 미술계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면 좀 과장일까. 허양구(33) 김기수(32) 추종완(28)씨 등 젊은 서양화가 3명은 이곳 폐교 작업실에서 더위를 잊은 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평생 그림을 그릴텐데 젊을 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겠습니까? 나자신과 끊임없이 싸우다보면 50, 60대 쯤에는 인정받는 작가가 되지 않을까요".(허양구)

"작업에만 열중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기겠죠? 성공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한 작가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김기수)

"당장 어렵고 힘들지만, 작품을 할때면 무척 행복합니다.

작품에 파묻혀 사는 것도 괜찮은 삶이 아닐까요?"(추종완)

영남대 서양화과 출신인 이들 3명은 최근들어 미술관 기획전, 아트페어 특별전에 초대를 받는 등 작품세계를 인정받기 시작하는 차세대 작가들이다.

같은 작업실에서 서로에게 자극을 받고 선후배간에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는 환경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현대인의 애환을 담은 얼굴을 크게 그리는 허양구씨는 2000년 대구청년비엔날레에서 우수상을 받았으며, 캔버스 대신 유리에 그림을 그리는 김기수씨는 지난해 대구아트엑스포 특별전에 초대됐고, 상체가 찌그러진 인간의 입체를 진지하게 만드는 추종완씨는 올해 대구아트엑스포 특별전에 초대됐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돈을 버는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이들의 작품은 대내외적으로 어느정도 유명세를 탄다고 해도 미술관을 제외하고는 쉽게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허양구씨는 유신학원 옆에 '이마주'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김기수씨는 일주일에 3일씩 포항예고에 강사로 나가고 있다.

이들은 여기에서 나오는 수입을 작업 비용에 대부분 털어넣는다고 했다.

추종완씨는 대학원에 다니는 탓에 아직까지 부모님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이들 3명은 모였다 하면 신세타령(?)을 하곤 하지만, 각자의 작업실로 돌아가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이들은 다음달 5일부터 대구문예회관에서 열리는 그룹전, 가을에 열리는 개인전을 위해 여름 휴가는 엄두도 내지 못한채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다.

인터뷰 말미에 이들 3인방은 이 말을 빠트리지 말고 써달라고 부탁했다.

"장가 좀 보내주세요!"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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