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신명이 이다지도 무심한가 황송하신 처분으로 불쌍하신 우리 부친 상봉할까 바랬더니 어이하여 못 오신고".
노천박물관으로 불리는 남산의 끝자락에 위치한 판소리전수관 취송당(翠松堂)에는 여남은 학생들이 소리공부에 여념이 없다.
최근 여름방학을 맞아 우리 소리를 배우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순임(61·판소리명창)씨와 정경옥(50·가야금병창)씨, 임종복(45·포항국악원장)씨 등 우리 국악계의 내로라하는 명인들이 '여름판소리 산공부'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시작한 소리공부에는 경주지역을 비롯, 인근 포항과 부산지역에서 온 학생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긴 장마 끝에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로 전신이 땀에 흠뻑 적셔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목청이 찢어지도록 소리를 토해낸다.
영남지방에는 다소 생소한 '판소리 산공부'가 경주에서 펼쳐져 우리 것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판소리 산공부란 판소리지망생 또는 관심자들이 일정기간을 정해두고 소리공부에 전념하는 것으로 호남지역에서는 소리꾼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이다.
학생들은 이 기간동안 소리로 하루를 시작해 소리로 잠자리에 든다.
5년전 이곳 취송당을 열고 소리학교를 시작한 판소리명창 정순임씨는 "우리 소리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경주에 제대로 된 소리전수관이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산공부의 실시배경을 설명했다.
국립국악원 민속연주단수석 정경옥씨는 "신라천년을 이어온 경주의 왕성한 땅기운으로 소리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이를 계기로 경주에 우리 소리가 정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명지(18·포항예고3년)양은 "산공부를 통해 수준 높은 선생님들의 고명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며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아 우리 소리의 맥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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