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칠곡 박상희·장윤혁 모자-장한 어머니의 장한 아들

"강물같은 눈물, 가슴에 안고 살았습니다".

"내 눈물 저 강물보다 많았을 겁니다.

사람의 몸속에는 도대체 얼마나 큰 눈물샘이 있는가 싶었습니다".

1급 뇌성마비 아들을 훌륭한 '컴퓨터전문가'로 키워낸 50대 평범한 농촌 엄마가 고통의 삶으로 까맣게 탄 가슴을 열어 문단에 데뷔, 시인이자 수필가로 등단했다.

소재는 눈물의 삶을 한풀이 하듯 풀어쓴 삶의 궤적이 전부다.

뇌성마비 아들이 결국 엄마를 시인으로 만든 셈이다.

칠곡군 왜관읍 박상희(51)씨. 꽃다운 20대에 농촌에 시집온 후 30년 동안의 삶은 뇌성마비 아들과 운명을 함께한 처절한 사투였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 모든 일들이 내 운명인가?"라는 생각이 들때마다 한숨을 노트에 옮기는 일이 유일한 낙이었다.

거꾸로 태어나면서 상처를 입어 뇌성마비가 된 맏아들을 초등학교 6년동안 업고 다닌 고통속에서도, 중학교 진학도 포기시켜야 할때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한쪽팔만 성한 장애아들을 '컴퓨터가게 사장'으로 홀로 세웠다.

이젠 더 이상 뇌성마비 아들이 아니라 훌륭한 컴퓨터가게 대표이며, 어머니는 농사일에 매달리는 촌부가 아니라 시인이자 수필가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박씨는 월간 문학세계 5월호에 실린 수필 '운명이었을까'가 신인상 수필부문에 당선됐다.

6월21일 서울 명문 웨딩홀에서 신인 수필작가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지난달엔 월간 한맥문학에 '민들레 홀씨되어' 등 5편의 시로 시인으로 등단했다.

경사가 겹쳤다.

심사위원들도 한결같이 글솜씨를 칭찬했다.

수필 '운명이었을까'에서 그는 "내아들 장윤혁이는 마음만은 장애가 아니다"라고 외친다.

심사위원들은 "모진 삶을 영위해 오면서도 빛과 생명의 존귀함에 혼신의 힘을 불어넣는 인내와 작가의 뜨거운 시혼이 불타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뇌성마비 아들 윤혁(30)은 엄마와 함께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의 주인공. 현재 칠곡군 왜관읍 남부정류장 입구에 '프리컴퓨터'라는 컴퓨터가게의 주인이다.

오른팔만 정상인 그가 한쪽손만으로 자판 두드리는 솜씨는 정상인을 능가한다.

초등학교 졸업후 장애인에다 가정형편마저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누구의 도움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하루종일 방안에서만 처박혔다.

수족관속의 금붕어가 유일한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엄마가 얻어온 전화국 단말기가 새 장난감이 됐다.

어둔한 솜씨로 통신을 하면서 서울의 누나와 인연을 맺었다.

'서울누나'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약국을 경영하던 재원이었다.

그가 당시 230만원이나 하는 컴퓨터를 마련해 준 것이 윤혁씨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피땀어린 독학으로 컴퓨터를 만지작 거린지 10년만에 컴퓨터 도사란 평판을 받게됐다.

그리고 중고 컴퓨터를 수리하거나 부속품을 조립하여 장애인들에게 선사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벌써 150여대의 컴퓨터가 장애인들의 품에 안겼다.

고장나면 당연히 무료로 수리해 준다.

결국 작년 장애인의 날에 그 공헌을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상금으로 받은 5백만원도 장애인들의 컴퓨터 마련에 썼다.

"엄마와 동생 성혁이만 있으면 컴퓨터 한대 만드는 것은 식은죽 먹기보다 쉽지요"라는 윤혁씨는 요즘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장애자인 형을 그림자처럼 보살피며 도와주던 동생 성혁(21·가톨릭대학2년)이가 가을쯤 군대에 입대하기 때문이다

극심한 장애를 극복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뇌성마비 아들과 시인이 된 엄마의 한몸살이 인생에 또다른 모습의 변신이 기대된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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