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14, 2003대구U대회-자원봉사자-성공대회 열쇠 쥔 감초 요원들

#'민간 외교관' 의전·통역

의전단 자원봉사를 맡은 이상준(28·영남대 영어영문학과)씨는 대회 개막일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다음주 초부터 이씨가 몸담을 일터는 대회 요인들이 묵을 인터불고 호텔.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각국 귀빈·대표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수행·통역을 맡아야 하는 힘든 일이지만 가슴은 설렘으로 가득차 있다고 했다.

"단순히 말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귀빈들 신분에 걸맞은 예절·격식을 갖춰야 하니 더 애쓸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진작부터 이미 귀빈 안내를 해 오고 있는 중이다.

배구 분과를 맡아 작년 여름에 벌써 FISU 집행위원장과 각 외국인 분과 위원들을 수행했던 것. 경기장과 시설들을 점검하기 위해 찾았던 이들은 국제규격에 적합한지, 탈의실·휴게실 등은 잘 갖춰져 있는지 꼼꼼하게 물었다.

경기장 치수를 일일이 줄자로 재고 밝기를 측정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그때 귀빈들을 수행해 살폈던 대상 시설 중 6개가 주경기장으로 선정돼 뿌듯하다고도 했다.

지난 5월에도 조 추첨차 내한했던 귀빈들을 도왔던 이씨는 "외국인들은 통역자 질문에 잘 응답해 주는 반면 내국인 귀빈들은 통역을 대동하고도 외국인과의 대화를 몹시 부담스러워 하더라"며, "외국어를 잘 몰라도 미소만으로도 충분히 친절을 전할 수 있음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현우(25·영남대 무역과)씨는 50여명의 의전 봉사자들과 함께 대구공항에서 '공항 영접단'으로 활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공항에 내린 선수·귀빈 등의 짐을 찾아 차에 실어 주고, 호텔·경기장 등으로 안내해 주는 것이 임무. 하지만 이들이 타고 갈 자동차가 도착할 때까지 대구의 역사와 명소를 설명하고, 개인적인 궁금증까지 풀어줌으로써 귀빈들의 무료한 시간을 도맡는 것도 그의 일이다.

입국심사대 안으로까지 들어가 외국인 손님들 입국을 하나하나 돕는 수고도 마찬가지. 말 그대로 손님맞이의 최일선에 선 셈이다.

구씨 역시 이미 이런 일의 유경험자. 지난 4월 말~5월 초에 있은 각국 대표단장 회의 때 일주일간 공항 영접을 맡았던 것이다.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구씨는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이 손님맞이의 첫번째 중요한 일"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었다.

오는 14일부터 2교대(오전 6~오후 1시30분, 오후 1시30분~밤 10시)로 근무해야 한다는 그는 마음이 들떠 입국 전광판을 주시하며 긴장해야 하는 일조차도 즐겁다고 했다.

"의전 봉사자들의 태도가 대구에 대한 첫 인상을 결정짓는 만큼 민간 외교관이 된 심정으로 봉사하겠습니다".

#"숙소·운영, 내 가족처럼"

선수촌 출입관리실에 근무 중인 이미숙(38·여·대구 월성동)씨는 U대회 봉사가 벌써 한달째. 특히 지난 달까지는 행정업무 보조가 주된 일이었지만, 대회 개막이 가까워오면서 선수촌 상황·출입 관리와 통역 일에 본격적으로 매달릴 참이다.

'선수촌 운영단'에 소속된 이씨는 내외국인 선수촌 출입 허가 카드를 발부하고 방문객을 접수·안내하는 '게이터' 역할을 맡았다.

공사 차량과 물자·승객 수송차량 등 모든 자동차는 운영단원의 허가를 받아야 선수촌을 출입할 수 있다.

방문객 접수, 인터뷰·귀빈 안내, 회의 지원, 각 선수단 입퇴촌 관리 등 대회기간 동안 선수촌에서 일어날 모든 대소사들도 이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지난달 초만 해도 선수촌이 허허벌판이었는데 만국기가 펄럭이고 푸른 잔디가 깔리니 이제 정말 대회가 시작되는구나 싶고 실감 납니다".

8년간 일본 유학생활을 했던 이씨가 귀국한 것은 1년6개월 전. 유학 생활에서 닦은 실력들이 지금 대구를 위해 쓰이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귀국 후 대구를 찾는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지역 문화유산 가이드를 맡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최대한 살려 외국 손님들에게 대구의 아름다움과 친절을 마음 깊이 심어 주겠습니다". 이씨는 나라를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 2교대 근무도 고달프지 않다고 했다.

하루 1만4천원씩밖에 지급되지 않는 식대·교통비가 오히려 황송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이들 선수촌 운영단원들과 손발을 맞출 또 한쪽의 파트너는 객실 정리 등 궂은 일을 도맡은 대구 새마을부녀회 회원 600여명. 선수·임원들이 경기에 나간 뒤 각 방을 청소하고 침대 시트를 정리하며 꽃꽂이를 하는 등 청결·환경 미화가 이들의 손에 맡겨졌다.

300명씩 격일로 근무하며 선수촌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셈. 5일 발대식을 갖고 활동에 들어간 이 모임의 박효강(61) 회장은 " 먼 대구까지 찾아준 외국손님들이 자기 집에서 지내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런 선수촌 자원봉사자들을 총괄해 지원하는 것은 선수촌 인력담당실.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하고 근무지 교체를 원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봉사자들의 뒷감당을 맡는다.

이곳 자원봉사자 문정훈(24·경북대 정외과4년)씨는 "지난 월드컵대회 때 참여하지 못해 가졌던 아쉬움을 이번 U대회 때 다 풀 것"이라며, "또래의 외국 젊이들과 만나면서 사고와 경험의 폭도 넓히고 싶다"고 했다.

#등록운영단 "눈코 뜰 새 없어요"

대회를 목전에 둔 지금 시점에서 가장 바쁜 자원봉사자들은 뭐니뭐니 해도 '등록운영단' 소속원들. 인터불고 본부호텔 등록센터, 보도진 등록센터, 선수촌 등록센터, 운영요원 등록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주 임무는 대회 관계자들에게 AD카드(출입증)를 발급하는 것. 출입증은 대회 전까지 매일 2천여장씩 발급돼야 하나 아직까지는 신청자가 하루 700~1천여명 밖에 안돼 등록센터는 대회 개막 막바지에 발디딜 틈 없이 혼잡해질 전망이다.

봉사자 임재현(45·두류3동)씨는 그 중에서도 등록증에 필요한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일을 도맡았다.

개인 사진작업실과 갤러리를 운영하는 임씨는 그 기술을 U대회 봉사에 내놓은 경우. "최근 선수촌에 지원 나온 군 요원 300명의 사진을 하나하나 찍어주기도 했다"는 임씨는 "지하철 참사 등으로 침체에 빠진 대구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위상을 드높였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선수촌 경기정보 센터에서 일하는 임현정(21·대구교대3년)씨는 심판·선수들의 스케줄 관리를 맡는 봉사자. 선수촌 개촌 이후 경기 일정을 관리하고 상황 전파, 심판진 숙소 예약·안내를 하는 것이 그의 일. 임씨는 하루 빨리 외국인 대학생 선수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들떠 있었다.

'수송부' 이경숙(21·여·충남대 3년)씨는 귀빈·선수 등이 행사장·경기장으로 이동할 때 승하차를 돕고 경기장·좌석 등의 안내를 맡을 예정이다.

동승한 손님들에게 대구와 이번 대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도 그의 몫. 이씨는 "대회 성공 여부가 자원봉사자들의 손에 달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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