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오늘 왔다가 오늘 가는

하루살이의 생명도, 위대하게 왔으리.

길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나무 이파리도

신비롭게 왔다가 가느니

내 작은 한 톨의 쌀로 몸 받아 올 때

하늘과 땅이 있어야 했고

해와 달 비, 바람이 있어야 했다

농부의 얼굴을 뙤약볕에 그을리게 했고

애간장 녹이게 했고

손마디 굵어지도록 땀 흘리게 했다.

허홍구 '사람의 밥이 되어'부분

허홍구 시인은 식당업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 요식업협회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가 늘 대하면서도 그 존재가치를 잘 모르고 있는 물과 공기 등과 같이 음식에 대해서도 그 고마움을 못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배고픔을 절실히 느낀 사람들은 예외이지만 요즈음의 젊은이들은 음식에 대해 그 기능성 이상의 것은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비유와 표현들이 좀 투박하지만 사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시이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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