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의 1924년 작품 '느릅나무 밑의 욕망'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무대에 올랐을 때 외설 시비로 곤욕을 치렀다.
이 연극에 나오는 근친상간과 영아 살해 등의 충격적인 내용 탓으로 연출자.배우들마저 모두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예술'이라는 이유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예부터 지금까지 동서를 막론하고 어디까지가 '예술'이며, 무엇부터가 '외설'인가 하는 논란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와 같다.
예술과 외설의 한계는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시각 차이에서도 빚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외설 시비가 끊이지 않지만, 외설과 예술은 상충되는 문제라기보다 양립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어떤 작가에게도 작품 의도와 창작(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며, 문학은 언제나 통념을 깨고 기존의 가치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 보호'에 더 무게를 실을 경우 그 사정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예술성에 대한 잣대가 외설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 .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마광수 교수가 두 번째 탈락 3년여만에 복직하게 된다고 한다.
최근 교내외의 인사들이 강단 복귀를 권하고, 과에서도 받아들여져 새 학기부터 전공과목인 '문예사조' 한 강좌만 우선 맡게 되는 모양이다.
아직 마음이 불편하고 조심스러우며 두렵다고 심경을 털어놓은 그는 다시 만나는 학생들에게는 "힘들더라도 '자유 정신'만은 끝까지 유지"하겠다니 지켜볼 일이다.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를 발표, 음란물 제조 반포 혐의로 구속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던 마 교수는 학교 규정에 따라 처음 교수직을 내놓았다.
그 뒤 6년 만에 사면 복권돼 복직했지만, 2000년 6월 재임용 심사에서 '논문 실적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됐다.
논란 끝에 결국 휴직계를 낸 뒤 두 번째로 강단을 떠나게 됐다.
복직 시도에 좌절한 그는 1년 전엔 사표까지 냈으나 수리는 되지 않은 상태였었다.
◆'즐거운 사라'의 단죄나 논문 실적을 강조한 재임용 제도는 우리 안의 검열이며, 일종의 폭력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 교수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획일주의의 희생양'이라는 시각에 일리가 없지 않다.
자신만이 정의이고 기준이며 도덕적으로 무결하다고 생각하는 건 일종의 폭력에 다름 아니다.
마 교수가 반드시 옳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차제에 생각해볼 문제들이 적지 않다.
음란과 외설의 기준은 사회 통념에 따른다고 돼 있으나 그 통념도 늘 변하므로 근시안적인 발상만은 자제돼야 하리라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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