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상금 고액화 "사고 내면 기업 망한다"

각종 공공시설 사고 사망자에 대한 보상금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공공기업이나 민간기업들이 사고 억제력을 높이고 대비력을 높이지 않을 경우 생존 자체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나, 이들의 안전의식이나 대비책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8일 발생한 경부선 열차 추돌 사고 사망자 보상금은 고교 여교사 경우 5억8천500만원, 4살 어린이 경우 2억1천6백만원으로 결정됐다고 철도청이 밝혔다. 여교사 보상금은 대구 지하철참사 희생자 중 최고액 보상을 받았던 한 교사의 5억4천여만원보다 많은 것이고 어린이 희생자 보상금 규모 역시 종전보다 컸던 것으로 판단됐다.

과거 대형 참사 때의 1인당 평균 보상금은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4억2천만원 △인천 호프집 화재(1999년) 1억8천만원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1997년) 2억5천만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년) 3억8천만원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2억6천500만원 △부산행 무궁화호 탈선.전복 사고(1993년) 1억6천만원 등이었다.

관계자들은 이 처럼 보상액이 갈수록 커지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물가.임금 상승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의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소비자 물가 및 평균 임금은 10년 전보다 각각 32.7% 및 49.2% 상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외에 대형 사고 경우 집중되는 국민적 관심때문에 '정치적 선택'이 작용하는 상황도 보상액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 사고에서는 보험사나 국가배상법에 따른 산정 기준보다는 합의에 의지해 보상액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

이런데도 기업들은 공공.민간 부문을 불문하고 여전히 안전 의식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배상 책임보험의 작년 말 현재 전체 손해보험 시장 점유비는 2.2%로, 미국(11.2%) 독일(11.9%) 등 선진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아예 배상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가입하고 있다는 것. 그때문에 대형사고 부담은 결국 다른 기업이나 국가에 전가돼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참사를 당했던 대구지하철공사가 가입한 배상책임보험의 사고 당 보상 한도는 10억원에 불과해 보상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갔고, 상인동 가스폭발 때는 1차 책임자인 시공업체 부담이 연대 책임자에게 넘어갔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라도 단 한번 큰 사고로 결정적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중소기업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닥쳤지만 아직은 대비가 부실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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