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고 애고 설운지고. 기한이 이러하니 불고염치가 저절로 되네. 여보시오, 아기압시(아버지). 형님댁에 건너가서 전곡간에 얻어다가 굶는 자식을 사려냅세'. 흥부의 아내가 '어메 밥, 어메 밥'하며 울부짖는 아이들 앞에서 늘어놓는 '헝그리 타령'은 분명 비가(悲歌)다.
흥부도 자식들의 기근을 해결하려고 관가에 나가 '매품'까지 팔려고 했다.
자신을 희생시켜서라도 자식들의 허기진 배만큼은 채워야겠다는 부정(父情)의 발로다.
이 절박한 이야기는 반드시 고전 속에나 있는 건 아니다.
▲자식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으며, 가난했던 시절이나 더 잘 살게 된 요즘도 다를 바 없다.
장차 나라의 동량이 될 재목감이며,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들의 신체 발달은 장차 국력과 직결되기도 한다.
예산 사정이 어려워도 많은 나라들이 질 높은 학교 급식과 보건에 제대로 돈을 쓰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내다보기 때문임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식중독 사고는 지난해 9건(806명)에서 올 상반기만도 32건(3천461명)으로 급증했다.
위탁 급식(20%)은 직영 급식보다 식중독 발생률이 19배나 높으며, 지난해 위탁 급식 학교 1천143곳 중 2.2%에서 기준 이상의 미생물이 검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이 적발하고도 위탁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권이 없어 적절한 행정처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 급식 위생과 재료의 수준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은 학부모.전문직 종사자들로 지역교육청별 '학교 급식 감시단'을 구성(대구 40명, 경북 251명), 이 달 중순부터 연수를 한 뒤 활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 같이 감시단까지 등장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급식 학교는 크게 늘었으나 식중독 사고, 질 낮은 재료 사용, 수입 농산물의 국내산 둔갑 등은 되레 극성을 부리기 때문이다.
▲학교 급식 식중독 사고는 우리 사회의 수치다.
단순한 후진국형 사고가 아니라 우리의 자녀들에 대한 범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걱정 없이 식사하고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건 시급한 일이다.
더구나 학교 급식은 단순히 학생들의 끼니 때우기가 아니라 공동체 질서와 평생 식습관을 익히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감시단의 활동도 기대되는 바 적지 않지만, 급식을 맡은 학교나 위탁 업체는 물론 모든 어른이 청소년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급식을 바로잡는 게 권리이자 의무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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