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역작 '광장'은 이명준이라는 석방 포로를 중립국으로 향하는 타고르호에 태워놓고 시작된다.
"바다는 숨쉬고 있었다.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로 시작되는 소설의 실제적인 배경은 민족의 혼란기인 광복에서 6.25 종전에 이르는 기간이고, 공간은 서울과 평양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나 최인훈의 작가적 의도는 '밀실'과 '광장'이라는 관념과 삶의 공간에 투영된 '이데올로기'와 '사랑'을 사이에 두고 빚어지는 온갖 현실의 굴레들을 바다 위로 옮겨놓고 회상케 함으로써 근대 비극의 역사를 화두처럼 상정하고 있다.
이 책과의 만남은 시대적 상황으로부터 자유롭기를 갈망하던 70년대 중반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간이 지나도 변화되지 않은 내부의 억압과 희미한 고통의 실체에 대한 어설픈 고민, 그리고 무엇엔가 쫓기면서 그 무엇인가를 갈구하고 싶은 충동들로 꽉 채워진 때였다.
같은 시대 젊음의 공통분모는 '광장'의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하여 갑판 위에 내몰리기를 자원했던 것이다.
몇 마리의 갈매기와 함께 이명준의 새로운 희망찾기에 동참하는 실험적 도구가 되었던 그 시절 이 책은 훌륭한 벗이었다.
1960년 11월 흥사단의 기관지 '새벽'이란 종합지를 통하여 세상에 빛을 본 최인훈의 '광장'이 40년이 지난 이 시점에 대구라는 공간에 또다른 윤애와 은혜를 등장시켜 주인공 이명준의 죽음에 대한 의미를 끊임없이 재해석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
U대회는 지난 일요일 끝났지만 대구에는 아직도 그 열기가 남아 있는 듯하다.
북한의 막판 불참 시사에 이은 극적인 참가로 대회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고, 북측 선수와 응원단은 이번 대회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남과 북이 중심이 되는 지구촌 젊은이들의 열린 축제를 통해, 아픔의 역사를 치유할 고귀한 젊음의 시간을 되찾고 재충전하는 절호의 기회로 최인훈의 '광장'을 추천한다.
시대의 아픔을 간직하고 바다로 떠난 젊은 지성 이명준의 부활을 기대하면서…
최인훈 작가가 그리는 '광장'을 보면서 아직껏 풀지 못한 역사의 화두를 함께 고민하는 소중한 기회로, 책 읽기에 좋은 계절, 그러나 결코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이번 가을에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인간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어떤 경로로 광장에 이르렀건 그 경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그 길을 얼마나 열심히 보고 얼마나 열심히 사랑했느냐에 있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최현복(대구흥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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