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대구시와 경북도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2003 대구U대회는 대구뿐 아니라 경북도내 7개 시.군에서도 양궁을 비롯, 축구 배구 농구 리듬체조 등 경기가 벌어졌다.

그런데 국내외 언론들이 하나같이 대성공이었다고 평가한 대구U대회지만 사실 경북도내 몇 곳 경기장에서는 관중들을 끌어 모으느라 전전긍긍했다.

별로 생색낼 일도 아닌데 없는 예산에 길 닦고 광내느라 용만 쓴 셈이다.

대구지역 경기장들이 북한 응원단들까지 가세해 성황을 이루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경북 지역에서 취재를 담당했던 후배 기자는 "농구나 배구경기 정도는 여러 지역에서 나누어 개최하지 말고 도내의 한 지역에 맡겼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 말한다.

예천군이 양궁 경기를 훌륭하게 치러냈듯 말이다.

결과론이지만 일부 종목을 분산개최한 만큼 처음부터 검토해봤어야 할 문제였다.

그래야 선수들도 묵고 서포터스들도 체계적으로 활동하고 지역에 뭔가 대구U대회를 공동 개최했다는 표시가 날 것 아닌가. 기획단계에서부터 경북은 아예 뒷짐진 결과다.

*도민 혼만 빼놓은 U대회

대구 선수촌에서 출발한 선수들이 경북지역 경기장에 와서 경기만 끝내고 훌쩍 떠나버리니 응원단인들 무슨 신이 날 것이며 관광객인들 어디 찾아 머물고 갈 여건이 되었는가. 10여일 경북도민들의 혼만 빼놓은 대구U대회가 아닐 수 없다.

휴가철이면 도회지 사람들이 바다나 계곡을 찾는다.

많은 대구 사람들이 경북을 찾아간다.

그런데 휴가 가는 차량을 보면 아이스박스에 음료수며 찬거리에 고기와 술까지 준비해 간다.

더욱 가관인 것은 수박까지도 아예 도시에서 사서 간다.

물론 시원하게 해서 가면 좋기도 할 것이다.

많은 도회지 사람들이 휴가라고 찾아와서는 소주 1병, 콜라 1캔도 사먹지 않고 죄다 준비해온 것들로 먹고 마신다.

휴가지에는 온갖 쓰레기만 남는다.

농촌 사람들이 도시에서 놀러 오는 사람들을 뱀눈으로 보면서 쓰레기 수거료라거나 청소비라는 이름으로 입장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휴가지에 와서 맥주도 1병 사주고 아이스크림(어차피 모두 같은 공장 제품이지만)도 1개 사먹고 때되면 밥먹고 수박도 한 통 깨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도회지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모두 준비해온다.

준비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도시 사람들도 할 말은 있다.

미리 준비하면 편하기도 하고 현지에서 시비할 일도 없으니 준비해 가지 않을 수 없다는 변명이다.

지난 여름 도내 한 농촌 마을로 피서를 다녀온 한 친구는 피서길 식당에서 아이들과 식사를 하는데 음식맛은 차치하고라도 값만 비싼데다 무엇보다 손님을 대하는 자세가 너무 불쾌하더라며 왜 도시 사람들이 몽땅 준비해서 피서를 떠나는지를 설명해준다.

피서지에서 정이 듬뿍 담긴 그런 부침개 한 점을 놓고 막걸리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그런 풍경이 그립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불편하지만 준비해 간다는 것이다.

도시지역인 대구시와 농촌지역이라 할 경북도는 태생적으로 한 뿌리다.

고답적인 내력이나 과정 등을 들먹일 것도 없이 대구에서 삶의 터를 잡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어도 경북도내 어느 곳에 연고를 두고 있을 것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대구와 경북을 구분해가면서 나와 남을 구분하는 것은 행정의 편의 때문일 것이며 그로 인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일 뿐이다.

*통합 앞서 정서적 공감대 형성

대구와 경북의 통합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먼저 정서적인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하고 시도민들의 밑바탕에서부터 같은 지역이라는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

학군 등 교육문제나 공단설립과 기업유치에서부터 공무원들의 교류문제 등은 그 다음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했다.

대구도 경북도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또 의지가 돼 주어야 대구도 성장하고 경북도 발전한다.

전에 없는 흉년이 농촌을 휩쓸고 있다.

예년의 태풍 같은 재해가 아니어도 봄부터 내린 비 때문이다.

가뜩이나 농촌 인구가 끊임없이 줄고 있지 않는가. 어린아이 울음 소리가 끊어진 마을이 많은 것은 더 이상 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지키려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비록 인구가 줄고 젊은 사람이 떠나더라도 우리 농촌은 풍요롭고 넉넉한, 평화로운 우리 모두의 고향이었으면 좋겠다.

이번 추석 고향길에는 마을 앞 슈퍼에서 선물 꾸러미도 사자. 고향의 정도 나누자. 농촌마다 농협 구판장도 있고 동리 슈퍼도 있고 또 가게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돌아올 때는 과일이랑 호박이랑 한 보따리씩 사들고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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